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잇따라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개월 만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춘 1.5%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1%대 초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올해 우리 경제가 전년 대비 1.5% 실질 성장에 그치면서 2022년(2.6%)에 견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월 연구원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1.8%)보다 0.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상·하반기로 나눴을 땐, 지난 2월 각각 1.1%, 2.4%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0.9%, 2.1%로 각각 내렸다. 경기가 상반기에 나빴다가 하반기에 좋아지는 ‘상저하고’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하반기 경기 반등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본 것이다. 하향 조정의 주요 요인은 반도체 경기 부진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반도체 산업의 최근 실적치가 2월에 예상한 것보다 안 좋았고, 재고도 많이 쌓여있다”며 “재고 소진과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거란 판단에 상·하반기 모두 성장률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4가지 위험(상·하방) 요인으로 반도체 수요·중국경제 회복·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세계 금융시장 불안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는 2%대 중후반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경제의 회복 속도,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봤다. 연구원은 “하반기가 되면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중국 내 투자 및 내구재 구매 쪽으로 이어지면서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것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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