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의 대규모 부실화를 막기 위해 대주단 협의체를 꾸려 공동 대응에 나선다. 1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피에프 대출이 투입된 전국 3800여개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피에프 대주단 협약’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대주단은 부동산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나 시공사에 부동산 피에프 대출을 내어준 금융회사들을 의미한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금액이 크다보니 한 사업장에 여러 금융사가 돈을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주단 협약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총 100억원 이상을 대출해준 사업장에서 시행사나 시공사가 일시적으로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적용된다. 대주단 간 협의로 채권 재조정을 거쳐 가능하면 사업장을 정상화해 채권을 회수하자는 취지로 협약이 마련됐다. 대주단이 단일 업권으로 구성된 경우 개별 업권의 자율협약에 따른다.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융권은 대주단 협약을 재정하고 협의체를 가동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당시 협약을 개정한 것이다.
은행, 금융투자사,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부실채권투자사인 유암코 등 총 3780여개 금융기관이 협약에 참여한다. 금액 기준으로 총 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을 보유한 금융사들이 찬성하면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개별 사업장 상황에 따라 만기연장, 상환 유예, 원금 감면, 출자 전환 등을 통해 채무조정 방식이 결정된다. 만기연장 의결 요건의 경우 기존에는 금액 기준 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을 보유한 금융사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이를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했다. 신규 자금 등의 투입은 기존처럼 4분의 3 이상 찬성(채권액 기준)이 필요하다. 만약 특별약정이 부결되더라도 시행사·시공사는 외부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거쳐 재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채무조정은 채권자의 손실 부담을 전제로 하는 만큼, 대주단은 채무자인 시행·시공사에게도 분양가 인하 등의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기로 했다.
금융권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피에프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한국신용평가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부동산 피에프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30조원이다. 증권사와 여전사의 신용보강을 더하면 피에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140조6천억원으로 뛴다. 부실 우려가 크다고 지목되는 브릿지론(토지 매입 등 사업 초기 단계 자금 대출)은 전체 대출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캐피탈사가 보유한 약 9조원가량의 브릿지론 대출채권의 92%(A급 이하)는 연내 만기가 돌아온다. 저축은행 브릿지론 대출 2조9천억원의 64%도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창운 금감원 감독총괄국장은 “전체 3800여개 사업장 중 업계에서 보통∼부실 우려로 분류해 금융당국에서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사업장은 500여곳 정도 된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건물에서 열린 전 금융권 PF 대주단 협약식에 참석한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 협회 관계자들이 대주단 협약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