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 금양 홍보이사. 머니올라(KBS) 유튜브 캡처
정부가 주최하는 배터리 산업 전략회의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씨가 발표자로 초대됐다가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관련 업체 주가가 과열됐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를 적극 권유하는 박씨를 ‘정부 공식 회의’ 참석 대상에 애초 올린 것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와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박씨에게 배터리 산업 관련 회의에 이차전지와 관련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동반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3분가량 발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건 지난 13일이다. 박씨가 초청된 회의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차전지 업체 고위 임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산업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나흘 뒤 산업부는 돌연 박씨 초청을 취소했다. 박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발표자료를 준비해 담당자에게 보냈는데 참석 취소 전화를 받았다. 별다른 이유 설명은 없었다”고만 말했다.
박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현재는 이차전지 관련 소재기업인 금양의 홍보이사로 근무 중이다. 그간 박씨는 유튜브 등에서 이차전지 관련 특정 주식이 유망하다고 하거나 단정적인 언급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한 예로 박씨는 최근 증권가에서 이차전지 관련 주가가 과열됐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들이 쏟아지자 “그들이 헛다리를 짚고 있다”란 주장을 폈다. 그는 이차전지 관련 주식 보유 사실도 공개적으로 밝힌다.
이런 발언과 이력 탓에 산업부 내부에서 ‘정부 주최 회의 참석 경력이 개인 홍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회의 개최 전 참석자 조율 과정에서 참석 취소 통보를 했다. 토론도 길고 참석자도 많다 보니 겹치는 업계 전문가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참석자 조정이 있었다”라고만 설명했다.
회의 개최 전 참석 취소를 알리면서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박씨를 섭외 대상에 올렸던 자체가 문제였다는 뒷말은 여전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박씨의 회의 참여로) 주식 시장이 출렁이게 된다면 정부가 그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하려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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