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협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과 기재부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지난 3월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발표되는 사회적경제 관련 기본계획으로, 현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 방향성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의 자율적인 활동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은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과와 사회적경제과가 지속가능경제과로 통폐합된 뒤 처음 발표되는 정책이기에 사회적경제 현장의 관심도 높았다.
‘지속가능발전 주체로서 협동조합의 재도약’을 비전으로 세운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은 협동조합을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주체 중 하나로 꼽는다. 협동조합이 지역 내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로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등 지원 정책을 담고 있다. 반면, 협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인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빠져 있어 ‘허울 뿐인 계획’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주관부서인 기재부 내 3개 과로 운영된 협동조합 주무부서가 단계적으로 축소돼 현재 1개 팀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수행 의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협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과 기재부 역할’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는 “협동조합 정책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관련 정책인 동시에 복지, 환경, 고용 등 사회문제해결 사회정책으로 전 부처가 협동조합 정책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돌봄·복지 등 사회서비스 활성화에 적극적인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없다면 지역 현장에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정책 파트너로 협동조합을 인식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 설립 혹은 현재 유관 지원기관을 확대·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재부 협동조합과 통폐합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타 부처 나아가 현 정부의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축소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혁진 사회연대공제를 위한 협동조합기본법개정추진단 공동대표는 “서민경제와 민생경제를 키우겠다는 측면에서 협동조합 정책은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기재부 협동조합과) 통폐합 및 기본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주요 부처가 협동조합 관련 지원정책을 축소하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물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또한 “현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로 민간주체를 활용한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내세우면서도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은 오히려 폐지됐다”며 “기획재정부의 변화가 가져온 메시지가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관련 주요 부처의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지원 정책과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등 청년창업 기업형태별 지원 규모 및 생존율이 협동조합은 지원금이 평균 1500만원(중소기업 평균 7천만원, 사회적기업 평균 3천만원)으로 가장 적지만 5년 생존율이 75.3%(창업지원 중소기업 평균 57.1%, 창업지원 사회적기업 평균 57.3%)로 가장 높다”며 “협동조합이 지속가능발전 주체로 성장하려면 지원 규모 확충 및 기업·산업 정책 부처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혁진 공동대표는 “10년이 넘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연구와 검토만 반복했던 생협 공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협동조합 공제 실행을 위한 기재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사회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시대에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주는 협동조합 공제가 더는 연구 사업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현 기본계획에 담긴 공제사업 연구가 조합원이 참여하는 시범사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리기업들이 규제 일부를 완화한 시범사업으로 평가 받는 것처럼 사회적경제 영역도 시범사업 후 제도개선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현준 소상공인협동조합협업단 서울지역협업단장은 “더 많은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지원을 소상공인협동조합 또한 동등하게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지난 3월 발표된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과 비교해 이번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은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윤영귀 기획재정부 지속가능경제과장은 “지속가능경제과에서 기존 협동조합 사업과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며 “이번 기본계획에 명시한 것처럼 ‘좋은’ 기업으로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강화해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명칭을 바꾼 것도 일견 타당하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자율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협동조합의 특징을 고려해 정부 지원을 최소화한다는 기조로 협동조합기본법이 설계되었기에 그동안 간접지원 위주로 정책이 집행됐지만, 혁신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앞으로 현장의 이야기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협동조합 현황.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 발표자료
좌장을 맡은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협동조합들이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국정파트너로 협동조합이 역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영교, 진선미,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소상공인협동조합협업단,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전국협동조합협의회 등이 공동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후원했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