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와 아르이(RE)100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학계·시민환경단체·경제계·공공기관 대표들이 경매제 도입과 정부 주도 입지개발 등 다양한 정책 대안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내 기업들의 아르이100(RE100) 이행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하려면 경매제도를 도입해 거래가격을 낮추고,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등의 입지를 개발·공급해야 한다는 데 에너지 전문가와 학계, 경제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RE100은 기업이 늦어도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인데, 점차 수출 규제와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부족하고, 가격마저 비싸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도하는 ‘제3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이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본사 청암홀에서 개최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와 RE100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조상민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비용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으로 경매제도 도입과 정부주도 입지개발을 제안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매제를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의 도입비용이 최소화해 RE100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장기계약을 통해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이 보장되어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정부주도의 체계적인 입지개발로 절차 간소화와 비용 최소화, 주민 수용성 확보, 송배전망 적기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독일·네덜란드·덴마크·대만 등은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입지를 개발해 20~35년간 장기계약을 맺고 송배전망 구축을 책임진다”고 소개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도 주제발표에서 “경매 정책을 도입해 적절한 가격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을 유인해야 한다”면서 “독일은 2015년부터 시범 경매를 시작했고, 일본도 경매제 도입으로 태양광 거래가격이 2017년 kWh당 19.6엔에서 2020년 11.20엔으로 43%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위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인 직접PPA(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맺는 전력구매계약)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자가발전과 지분투자에 대해 외국처럼 과감한 세액공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태양광의 발전원가에서 비싼 땅값이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국가 주도로 입지를 확보한 뒤 RE100 전용단지를 조성해서 PPA 계약을 맺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전력 도매시장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원가가 가장 비싼 에너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가격이 급등한 가스에 좌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정산가격도 의무할당제(RPS)와 PPA를 통해 SMP에 연동되다 보니, 연료비가 ‘제로’인데도 가격이 비싸져 기업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발전사업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PPA에 참여할 유인이 작아 RE100 활성화를 막고 있다.
조상민(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이상준(아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확대와 아르이(RE)100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종합토론(좌장 조영탁 한밭대 교수)에서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재생에너지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RE100 시장 경매제도 도입 등 전력시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그는 또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이 급성장하는데, 한국은 입지 발굴과 10개 부처에 걸쳐 29개 인허가를 받는데 7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성장이 부진하다”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리파워 EU’처럼 정부주도 입지 발굴, 인허가 간소화,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 선제적인 계통망 확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도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정책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산업 및 일자리 정책으로 관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이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복잡한 사안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와 공기업이 부지조성, 행정절차, 수용성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기업은 지분투자나 구매계약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민관 공동 기업 PPA 원스톱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정책총괄팀장은 “전면적인 경매도입을 하는 것은 국내 여건상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이견을 보였다. 그는 “태양광에 한정해 시행 중이던 고정가격 경쟁입찰제도를 지난해부터 풍력까지 확대했다”면서 “이는 경매제도와 실질적으로 같은 효과를 내고 있어, 제도가 안착하면 통합경쟁입찰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호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RE100은 탄소중립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지원 정책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IRA, 그린딜 산업계획 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및 자국 산업 확대를 꾀하는 것처럼 우리도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욱 에스케이이앤에스 재생에너지(Renewables) 전략팀장은 “PPA는 RE100 이행의 핵심 수단인데 실제 계약 사례가 4건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활성화가 더딘 상태”라면서 “주민 참여 인센티브, RE100용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재판매 허용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100 가입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홍수정 환경전략팀장은 “2021년 탄소중립 등 5대 약속을 담은 ‘2030 아모레 뷰티플 약속’을 선언한 데 이어 2022년 사용전력의 35%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RE100 달성 시점도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면서 “경쟁기업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망사용료와 PPA 전용요금제는 수요기업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산업부문,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같은 온실가스 배출과 전력 사용이 많은 기업에 더 큰 책임을 부과하고,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반도체특별법으로 국가전략산업의 설비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줄 때 RE100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포럼’은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진영과 이념 등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출범한 이후 전력요금 정책, 사용후핵연료 해법에 관해 두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