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5년 전 국내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던 ‘내 아이디(ID)는 강남미인!’이 타이(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 ‘뷰티 뉴비(Beauty Newbie)’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지는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작품이 아니라 한국 웹툰 원작 드라마다. 비슷한 말 같지만 계약의 주체가 다르다. 태국 제작사가 계약을 맺은 상대는 콘텐츠의 ‘원천 아이피(IP·지식재산권)’를 소유·관리하고 있는 원작자 기맹기 작가와 네이버웹툰이다.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원천 아이피의 힘이다.

네이버웹툰은 2016~2017년 연재 웹툰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원작으로 하는 태국 드라마 ‘뷰티 뉴비’가 내년 초 방영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웹툰은 2018년 국내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제이티비씨(JTBC)>에서 방영됐다. 태국 대표 제작사 지엠엠티브이(GMMTV)가 제작에 참여했고, 바이펀 핌차녹(Baifern Pimchanok)과 윈 메타윈(Win Metawin) 등 태국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네이버웹툰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작품으로, 어릴 때부터 외모로 놀림을 받은 주인공이 성형수술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야기다. 2016~2017년 태국어를 포함해 총 8개 언어로 연재됐고, 글로벌 조회수 14억회 이상을 기록했다. 기맹기 작가는 “이미 국내에서 영상화가 된 작품이기도 하고, 완결된 지 꽤 시간이 지난 작품인데도 다른 나라에서 다시 영상화가 되는 것을 보고 웹툰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실감했다”며 “화려한 제작진과 유명한 배우들의 드라마 참여 소식에 놀랐고, 어떤 멋진 드라마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원천 아이피는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로 확장이 가능한 근원이나 출처가 되는 저작물을 뜻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에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천 아이피 확보는 각종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웹툰 플랫폼을 키워오면서 원천 아이피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네이버웹툰은 “현재 원천 아이피를 통해 국내외에서 영상화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3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웹툰 ‘머니게임’이 미국판 웹예능으로 제작됐고,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한 중국 영화 ‘두싱웨추’는 2022년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웹툰 ‘가우스전자’의 동명 드라마도 지난 2월 중국에서 공개됐다. 또 네이버웹툰의 영어 오리지널 작품 ‘로어 올림푸스’는 미국 제작사 짐 헨슨 컴퍼니가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고, ‘그레모리 랜드’는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웹툰 아이피 기반의 영상화 작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영미권, 일본, 동남아,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계약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