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역 경기를 분기별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했다. 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기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최근 더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이슈노트를 보면,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은 분기별로 산출이 가능한 지역경기상황지수(RECI)를 개발했다. 국민소득에 대응하는 지역 통계인 지역소득(GRDP)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역소득은 연간 단위로만 집계되는 데다가 해당 연도의 잠정치가 다음 해 12월에 발표되는 만큼 시의성 있는 분석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분기별 지역경기상황지수는 신속성과 정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 일단 분기 말 이후 2개월 안에 산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속보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한은은 이를 위해 제조업·서비스업 분기별 생산지수를 활용하되, 동시에 연간 지역소득과 산업별 국민소득에 맞춰 숫자를 조정함으로써 정합성도 확보했다. 분기별 생산지수가 없는 건설업도 다른 통계로 추정해 반영하는 등 거의 모든 산업을 포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지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전국과 권역 간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은이 2010년 1분기∼지난해 4분기 지역경기상황지수를 7개 권역별로 산출해보니, 수도권은 2016년 이후 전국과의 동조성이 강화한 반면 동남권과 대경권, 제주권 등은 약화했다. 수도권이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른 권역은 산업구조의 이질성 등으로 동조성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권역 간 동조성에 있어서도 차이가 컸다. 동남권과 충청권 간 양의 상관관계는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약화했다. 수도권-제주권, 대경권-강원권 등은 최근 음의 상관관계가 강화한 사례다. 두 권역의 경기가 서로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경기상황지수는 지역 간 경기변동의 이질성이나 성장추세의 격차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시사점을 주는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외충격이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이 지역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한은은 당분간 지수 산출 결과를 내부에서만 활용할 방침이다. 정민수 지역경제조사팀 차장은 “일단 내부적으로 지수를 활용해보면서 추가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 뒤 공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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