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 내수 활성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고물가에 닫혀가는 가계 지갑을 열어야 하지만, 어렵사리 상승세가 완만해진 물가를 다시 자극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숙박 등 각종 할인쿠폰과 관광행사 개최 방안이 나올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정부는 현재 내수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수출이 감소세인 데 더해, 최근 내수 회복 속도마저 둔화하자 소비 진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1% 줄어 석달째 감소했다.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자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방역이 완화하며 늘어난 국외 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방안 등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숙박상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숙박 할인쿠폰 지원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케이팝 공연과 한국문화 체험 이벤트가 검토되고 있다. 또 고속철도와 렌터카, 국내 항공권이 할인되는 ‘6월 여행가는 달’ 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면 최근 적자폭이 커진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전통시장 등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발행량·할인율 확대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은 통상 5∼10%다. 온누리상품권 사업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금을 활용한다.
내수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지만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은데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재정 투입 방안의 문은 닫아두고 있다. 경기 둔화에 감세 정책이 이어진 결과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는 점도 재정 활용 발목을 붙잡고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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