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한계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 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위험이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금융 시스템과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추 부총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고 우리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고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융권 스스로 불확실성에 대비해 철저한 위험 관리와 함께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는 글로벌 은행 위기 상황과 간밤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2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한국 기준금리와의 금리 차는 2000년 5∼10월(1.5%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인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추 부총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필요시 모든 조치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해서 연내 정책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로 인해 오늘 새벽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 기대가 약해지며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도 함께 참석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