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간 조사를 벌였지만 제재 없이 심의를 종료했다. 효성은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제재를 피하게 됐다.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인데, 봐주기 심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전원회의에서 효성 및 효성중공업의 진흥기업에 대한 부당지원 사건 심의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워 혐의 유무를 확정할 수 없을 때 내리는 결론이다. 사실관계를 따져 혐의가 없을 때 내리는 ‘무혐의’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혐의에 대해 의심은 가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4월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조사 결과 2012∼2018년 효성(2018년 이후 효성중공업)이 워크아웃 중인 계열사 진흥기업에 건설사업 이익을 부당하게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건설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하기 어려운 진흥기업의 실적 개선을 위해 효성이 공동수주에 나섰고, 이들 공사에서 실제 기여도보다 진흥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효성과 진흥기업이 공동수주한 건설사업 27건 가운데 9건은 효성이 주간사인데도 지분율 절반 이상을 진흥기업이 가져갔다. 9개 건설사업 매출액은 5378억원, 영업이익은 761억원이었다.
위법성 판단을 위해서는 효성이 진흥기업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지원한 것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회의에선 효성이 진흥기업에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줬는지, 그에 따른 과다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효성이 다른 제3자와 공동수주했다면 지분율을 어떻게 나눴을지 알 수 없어 비교가 어렵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원회의의 심의절차 종료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흔치는 않지만 가끔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일부는 무혐의, 일부는 심의 절차 종료를 결정했고, 2021년에는 원주∼강릉 철도 공사 입찰 담합 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초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전원회의를 열어 신속하게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반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지정자료 누락 사건은 미고발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맞춰 봐주기 심의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이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안별로 법원 판결 동향 등을 다 짚어가며 심의 과정에서 일관된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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