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연합뉴스
올해 들어 3월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41억300만달러(31조5천억원)로 전년 대비 3배 넘게 늘었다고 관세청이 21일 밝혔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절반을 석달 만에 넘어선 것이다.
이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탓이다. 한국의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0년 3∼8월 이후 2년여 만이다. 3월1∼20일 수출액은 309억4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4% 줄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3.1% 줄어들어 감소폭이 더 컸다.
주력인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일제히 뒷걸음질했다. 반도체 수출은 44.7% 급감해 7개월 넘게 감소세를 이어갔다. 석유제품(-10.6%), 철강제품(-12.7%), 자동차부품(-4.5%), 무선통신기기(-40.8%) 등도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승용차 수출만 69.6% 늘었다.
대중국 수출은 36.2% 줄었다. 중국시장 수출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유럽연합(EU, -8.9%), 베트남(-28.3%), 일본(-8.7%), 인도(-3.1%), 싱가포르(-25.5%) 등도 수출 감소세를 탔다. 반면 미국시장 수출은 4.6% 늘어났다.
수입은 지난해 큰 폭으로 불어나다가 올해 들어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3월1∼20일 수입액은 372억6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7% 줄었다. 3대 에너지원 중 석탄만 수입이 19.4% 늘고, 원유(-10.3%), 가스(-23.1%)는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 기간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3억23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액이 3배 남짓 불어났다.
앞으로의 관건은 수출이 언제 바닥을 찍느냐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올해 2분기(4∼6월)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가 9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81.8)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며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의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2분기에도 수출 반등이 어렵지만 악화 정도는 약간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최근의 수출 부진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간재(최종 제품 생산에 투입하는 재료)의 수출 부진 때문”이라며 “중간재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만큼 올해도 세계 경기 상황에 따라 우리 수출의 회복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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