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입 여건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28일 정부 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찾아 이같이 토로했다. 1월 국세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조원 가까이 덜 걷히며 연초부터 ‘세수 부족’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42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1월에 견줘 6조8천억원 줄었다. 세수 감소액은 1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크다.
정부가 올해 걷기로 한 전체 세수 대비 실제로 걷힌 세금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10.7%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5년 1월(10.5%)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최근 5년간 1월 세수 진도율이 평균 12.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세수 부진은 이례적이다.
세금별로 부가가치세 세수가 전년 대비 3조7천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득세와 법인세 세수도 각각 8천억원, 7천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경기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등 증시 거래 대금 감소 여파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도 각각 4천억원, 1천억원 줄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도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1천억원, 관세는 3천억원 감소했다. 전체 세금 중 술에 붙는 주세 세수만 유일하게 1천억원 늘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1월 일시적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던 기저효과 영향을 제외하면 올해 1월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이 1조5천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민생 지원을 위해 2021년 하반기 내야 하는 부가세, 법인세 등의 납부 시기를 미뤄주며 지난해 1월 세수가 일시적으로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올해 1월 세수 부진 추세가 뚜렷하다. 연초부터 나라 살림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정부는 앞서 올해 연간 국세 수입 예산을 지난해보다 3조9천억원 많은 400조5천억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정 정책관은 “올해는 작년, 재작년과 달리 세수 여건이 상당히 타이트한 상황”이라며 “기저효과를 제외하고도 실질적인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저희도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세수가 ‘상고하저’(세금이 상반기 많이 걷히고 하반기 덜 걷힘)였지만 올해는 경기 흐름과 같이 세수도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분기는 세수 상황이 어렵고 2분기 이후 경기 흐름과 같이 세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