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이수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겸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원래 에스엠 1대 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번 거래로 단숨에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사진은 10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 연합뉴스
지난 10일 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에스엠 지분은 14.8%다. 자산이나 매출액이 3천억원이 넘는 회사가 자산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고 사전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사전심사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숫자다.
다만 하이브는 다음 달 1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라서 기업결합 ‘사후심사’는 불가피하다. 하이브가 에스엠 주식을 공개매수로 추가 취득해 지분이 15% 이상이 되면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하이브의 임직원이 에스엠 임원을 겸임하는 경우에도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
기업결합 심사는 특정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키워 독과점 시장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공정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에 대해 독점이나 담합이 벌어져 시장 유효경쟁을 크게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 가격을 통제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신생 기업의 진입 또는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핀다. 심사를 통해 공정위는 기업결합 자체를 불허하거나 주식 일부 처분, 영업 조건·방식·범위 제한, 일정 기간 가격 인상률 제한과 같은 시정조치를 곁들여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도 있다. 2020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공정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아직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기 전이지만 공정위는 초대형 기획사 탄생을 앞두고 미리 사전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엔터 시장은 사업분야가 워낙 다종다양해서 기업결합 심사의 1단계인 ‘관련 시장 획정’부터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연예인 미디어 출연부터 음반·음원, 온·오프라인 공연, 굿즈(팬 상품), 팬미팅 플랫폼 등 엔터 업계의 사업분야를 상세하게 살펴 시장 획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스타급 아이돌’ 자체가 별개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14일 “정식 심사 착수는 신고가 들어온 뒤에 하겠지만 미리 살펴보고 있다. 심사 자체가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며 “상품과 서비스별로 쪼개서 시장을 획정하게 될 것 같다. 그 뒤엔 각 시장에서 가격협상력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다른 경쟁사를 축출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지 등을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음반 판매량이 높은 두 회사가 합칠 경우 거래 상대방인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를 상대로 가격협상력이 과도하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기업결합 신고는 주식 취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하이브의 경우 이씨의 지분을 취득하고 공개매수 대금을 결제하는 날이 3월6일이다. 원칙적으로 공정위는 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인에게 심사 결과를 통지해야 하지만, 이번 사안은 시장 획정부터 복잡한 쟁점이 많은 탓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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