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물가를 끌어올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이어 택시와 버스·지하철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 탓에 2월에도 5%대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역 앞을 지나는 버스들. 연합뉴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완만히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안에 경제정책의 무게추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책전환 시점이 정부 바람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택시·버스요금까지 잇따라 인상되면서 5%대 고물가 시대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서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는 1월에 이어 이번 달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초반을 기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기록한 뒤 지난해 말 5.0%까지 내려오면서 한때 물가 상승세 둔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 바 있다. 하지만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1월 물가 상승률이 5.2%로 다시 상승 폭이 커졌고, 2월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당분간 5%대 고물가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이 견인하는 물가 상승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가스요금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에서 택시·버스·지하철 요금도 줄줄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천원으로 700원 올렸고, 서울시도 지난 1일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천원 올렸다. 나주시도 이달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평균 14.3% 인상했다. 오는 3월에는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천원 올릴 계획이다. 4월에는 서울시도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릴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로썬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경제정책을 펴고 있지만,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는 대로 거시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을 ‘경기’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부터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4% 아래로 내려간다면 경기 대응 총력전에 나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아직은 물가 안정 기조를 흐트러뜨려선 안 된다”면서도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간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대응) 쪽으로 턴(전환)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물가에서 경기로의 정책 전환 시점을 올 상반기 종료 시점이나 하반기 초입으로 잡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요금 인상 파급 효과에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변수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정책 전환이 이루어진다 해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민이다. 통상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투입이 필요한데, 금리 조정은 한국은행의 몫인 데다 주요국 금리 동향까지 살펴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 부양책은 추경이지만, 아직 정부는 추경 편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대출 등 금융규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규제 완화의 강도를 높이고 수출·투자 활성화에 집중해 경기 하강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규모를 역대 최고인 전체의 65%까지 늘려놓은 상황이라, 하반기에는 추경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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