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경상수지가 지난해 12월 흑자로 전환했다. 상품 순수출은 석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지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 법인에서 받아온 배당이 방어벽 역할을 했다. 새해에도 당분간은 배당 수입이 경상수지 흑자 여부를 판가름하는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관련 과세 혜택이 배당 수입 증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경상수지(잠정치)가 26억8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11월 2억2천만달러 적자를 낸 뒤 한달 만에 흑자 전환한 것이다. 다만 2021년 12월(63억7천만달러 흑자)에 비해서는 흑자 폭이 크게 줄었다.
경상수지를 흑자로 끌어올린 건 본원소득수지였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 법인에서 받은 배당 수입이 증가하면서 47억9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전달(16억6천만달러)은 물론 1년 전(34억9천만달러)보다도 흑자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11월에 분기 배당을 한 국내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보충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들로부터 배당을 받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수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상품수지는 지난해 12월 4억8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0월(9억5천만달러)과 11월(10억달러)에 이어 석 달 연속 적자를 냈다. 1996∼1997년(16개월 연속 적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1월에 비해 통관 순수출 적자 규모가 줄면서 상품수지 적자 폭은 축소됐다.
서비스수지는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적자 규모가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3억9천만달러로 전달(7억4천만달러)보다 확대됐다. 특히 해외여행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7억7천만달러에서 11억4천만달러로 악화했다. 운송수지도 수출화물 운임이 부진한 영향으로 1억7천만달러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새해에도 당분간은 달마다 경상수지 흑자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 전망이다. 일단 얼어붙은 반도체 경기와 활발해진 해외여행은 경상수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1월에도 본원소득수지 말고는 기댈 만한 구석이 없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1월에는 12월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작은 만큼,
새해부터 해외 자회사의 배당에 적용되는 과세 혜택이 배당 수입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경기의 반등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 국제유가 흐름 등이 경상수지를 판가름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298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 250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2021년(852억3천만달러)보다는 크게 축소됐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높은 에너지 가격, 주요국 성장세 둔화,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등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양호했다”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 지역·품목의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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