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 노동생산성 증가세의 둔화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 생산성 악화 문제가 주요국에 비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뜻으로, 향후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 간 경쟁 활성화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슈노트 ‘코로나19 이후 생산성 변화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을 보면, 한국의 근로시간 기준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코로나19 전후로 2.3%에서 1.4%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2010년 4분기~2019년 4분기)과 이후(2020년 1분기~2022년 3분기)를 비교한 것으로, 분기별 전기 대비 증가율을 연율로 환산해 평균을 낸 숫자다.
이는 향후 장기적인 둔화세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수치에서 단기적인 변동성을 제거해 장기 추세선을 추정해본 결과, 노동생산성의 둔화세가 기존에 예상됐던 경로보다 심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선영 한은 거시재정팀 과장은 “다만 코로나19 이후 생산성 지표의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보다 엄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성 둔화는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성장 회복이 지체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위기 때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한계기업 퇴출로 인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아직 없었다는 특징도 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꾸준히 올랐는데, 특히 2019년 14.8%에서 지난해 16% 이상으로 뛰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 자원이 대면 서비스 업종보다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생산성의 ‘반짝’ 반등 효과도 2021년부터는 사라진 상태다.
특히 한국은 구조적인 비효율성이 더 많이 쌓여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높다. 노동뿐 아니라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반영한 총요소생산성(TFP)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본 결과, 한국의 경우 기술혁신보다는 생산효율성 부문에서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국의 생산효율성은 미국의 59.9%에 그쳤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73.2%에 이르렀다. 생산효율성은 주어진 기술 수준에서 생산과정 전반의 효율성을 본 것으로, 구조조정이나 규제 합리화 등 시장 효율화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연구진이 만성적인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기업의 역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 이유다.
디지털 전환 등 기술 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코로나19 상흔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역효과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력을 남용하면서 나타나는 생산성 악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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