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오는 7월부터 현대차 등 국산차를 살 때 내는 세금이 5천만원대 차량 기준으로 25만원가량 줄어든다.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금이 인상되며 ‘편의점 4캔 묶음 맥주’ 등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처는 내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하고,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비용 세금 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등 기업 세제 지원을 강화해 내년부터 기존 감세 조처에 더해 법인세를 연 2500억원씩 추가 감세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이런 내용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따라 법이 위임한 세부 사항을 시행령에 담은 것이다.

‘민간 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기업 세제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연구·개발비의 30∼50%를 법인세에서 빼주는 세법상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한다. 현재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백신만 전략기술로 지정돼 있다. 또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율 20∼40%를 적용하는 신성장·원천기술이 기존 260개에서 272개로 늘어난다. 기업이 대학과 계약을 맺고 지원하는 반도체학과 등의 운용비도 연구·개발비 공제 대상에 넣기로 했다. 앞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작사도 제작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업 지배주주 세금 지원도 넓힌다. 부모가 장기간 경영한 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재산에서 최대 600억원을 공제한 뒤 상속세를 매기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지분 40%(상장기업 20%) 이상을 10년 넘게 보유한 대주주로 완화했다. 기존엔 지분율 요건이 50%(상장기업 30%)였다. 부모 생전에 회사 지분을 물려받으며 증여세 감면 특례를 적용받은 자녀의 가업 의무 유지 기간은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올해부터는 최근 3년 매출액이 평균 5천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증여 때 10%포인트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증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특수 관계 회사 간 거래로 이익을 얻은 대주주에게 과세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비과세 대상엔 수출 목적으로 재화와 용역을 국내에서 거래하는 대기업을 새로 추가했다.

집주인 지원도 늘어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은 내년 5월9일까지 1년 더 연장한다. 또 종합부동산세 계산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1주택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방 저가 주택 대상 지역으로 경기 연천군, 인천 강화군·옹진군을 추가했다. 마찬가지로 양도세 과세 시 주택 수 제외 대상인 농어촌주택 대상 지역에 강화군이 새로 포함됐다. 원래 서울·수도권은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인구 감소 및 접경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여야 한다. 또 장기간 기업도시개발구역으로 묶여 양도세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 전남 영암군과 해남군, 충남 태안군도 농어촌주택 소재지에 포함했다.

반면 일반인의 경우 세금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 오는 4월1일부터 출고하는 맥주와 막걸리(탁주) 세율이 1리터당 885.7원, 44.4원으로 지금보다 각각 30.5원, 1.5원 오른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21년부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주세에 반영하고, 올해부터는 물가 상승률의 70∼130% 범위에서 최종 인상률을 정하기로 했다. 이번엔 가격 안정을 고려해 지난해 물가 상승률(5.1%)의 70%만큼만 세율을 인상했다. 올해 7월1일부터 이용료가 주중 18만8천원, 주말 24만7천원 이상인 대중형(퍼블릭) 골프장 입장료에는 1명당 개별소비세 1만2천원이 추가로 붙는다. 애초 면세 대상이었으나 이용료가 회원제 골프장 수준으로 비싸다는 점을 감안했다.

세무사와 관세사 시험 응시 수수료는 올해 1차와 2차 시험을 합쳐 3만원, 2만원이었으나, 내년부터 1·2차 시험 각각 3만원(총 6만원)으로 오른다. 다만 토익 등 영어 시험 성적 인정 기간은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차·쌍용차 등 국산 승용차는 올해 7월1일 공장 반출분부터 차량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소폭 줄어든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직접 제조·판매하는 승용차는 현재 유통 및 판매 마진을 포함한 소비자 판매 가격이 개소세 매기는 기준금액(과세표준)이지만, 수입차는 이런 마진이 더해지지 않은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까닭에 국산차만 차별받는다는 지적이 일자 국산차 과세표준을 일부 낮추기로 해서다. 이에 따라 현재 차량 가격 5천만원인 국산차는 개소세와 개소세에 부가하는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해 전체 세금이 지금보다 25만원(개소세율 3.5% 기준) 남짓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또 올해부터 부부 중 1명이 60살 이상인 고령 1주택자가 공시가 12억원 이하인 주택을 팔고 더 싼 집으로 이사하면 매각 차익(기존 집 판 금액-새 집 산 금액) 중 1억원까지 연금저축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에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현재 두 상품의 납입 한도는 연간 1800만원이다. 노후 소득 보장 및 세제 혜택을 위해 일시적으로 돈을 더 넣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부부 중 1명이 기존 집 판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계좌에 입금해야 한다. 오는 4월1일부터 보증금 1천만원 초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입주 전까지 집주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집주인의 미납 국세를 확인할 수 있고, 연간 수입이 3600만원 미만인 배달 라이더·퀵서비스 배달원 등 영세 사업자는 수입에서 빼주는 비용 인정액이 늘어나 세금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정부의 법인세 세수가 연간 2500억원씩 추가로 줄어든다. 이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 및 올해 초 발표한 반도체 세제 지원 확대 방안에 따른 법인세 감세액과 별개다. 개별소비세와 주세 등은 올해 1100억원, 내년부터는 매년 2300억원씩 더 걷힐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