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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감 몰아주기’ 감시규제 느슨해진다…‘쪼개기 내부거래’ 우려

등록 2023-01-16 16:42수정 2023-01-17 02:46

내부거래 공시기준 50억→100억 대폭 완화
과태료도 감경 여지…“사익 편취 유인 커질듯”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의무 공시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공시 기준액을 현재의 갑절인 100억원으로 높이고, 공시 의무를 위반해도 30일 이내에 고치면 과태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시장감시 기능이 약화돼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태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무 공시 기준을 높이고 공시 항목을 줄이는 한편,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우선 대기업집단의 의무 공시 대상인 대규모 내부거래 기준금액이 현행 ‘5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또 5억원 미만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현재 공시대상 기업집단(2022년 지정 기준 76곳) 소속 회사와 공익법인은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기준금액 상향으로 전체 내부거래 2만건(2021년 기준)의 25%가량인 5천건의 공시 의무가 없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집단 현황은 공시 주기가 늘어난다. 지금은 분기별로 공개하는 계열사 간 주식소유·자금거래 현황,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유가증권 거래 현황 등 8개 항목의 공시 주기가 연 1회로 바뀐다. 공시의무 위반 과태료는 부과 기준을 완화한다. 현재는 공시 의무 위반을 3일 안에 정정하면 과태료를 50% 감경하는데, 감경 폭을 75%로 높인다. 또 7일 이내 정정하면 50%, 15일 이내는 30%, 30일 이내는 20%씩 깎아준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연내에, 고시 및 공시 양식은 올해 5월 말(연 공시 마감일)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부거래 의무 공시 기준액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원이었으나 일감 몰아주기 감시 강화를 위해 2012년 50억원으로 강화했는데 이번에 다시 완화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0여년간 경제와 기업 규모가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지만, ‘쪼개기 거래’를 통한 내부거래 유인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회사일수록 그 규모가 커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 집계를 보면, 2021년 기준 대기업집단 76곳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218조원인데,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이 186조원으로 85%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상위 10대 기업집단이 156조원으로 72%에 이른다.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액은 전년(135조원)보다 크게 늘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쪼개기 내부거래는 과거 금호아시아나 등이 적발된 적이 있지만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내부거래 공시 기준을 상향하면 그만큼 적발 가능성이 낮아져 고의적인 쪼개기 거래를 더 유인하게 된다. 시장 자율감시 성격이 강한 연성 규제인데, 이 마저 완화할 경우 내부거래 폐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시위반 과태료의 경우, 감경 대상과 폭을 확대해 자진 시정을 유도하겠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공시위반이 경미할 경우에는 아예 과태료 대신 경고만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도 과태료 수준이 워낙 낮아 규제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말 발표한 ‘공시이행 점검 결과’를 보면, 2021년 기준 전체 76개 기업집단의 절반인 38개 집단이 공시의무를 위반했는데,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는 총 8억4413만원에 불과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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