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해 연일 날선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부패 척결”을 앞세운 데 이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부처 수장들이 돌아가며 ‘건설노조 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추 부총리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특정 사업장에서 부모 세대가 자기 자식한테 일자리를 물려주는 일자리 세습이나, 건설사업자 가운데 일부 노조가 사업체 배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위법하고 불공정한 부조리를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인 다단계 하도급에 반발해 조합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임금·단체협상에 나서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자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다.
원 장관도 이날 경남 창원 공공주택 건설 현장 등을 찾아 “이곳은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자신들의 장비 사용을 강요하고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돈을 지급하라고 한 현장”이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노조 쪽이 레미콘 공급을 중단시켜 공사가 상당 기간 지연된 곳이다. (노조는) 자신들이 약자인 것처럼 하면서 법 위에 집단적 위력을 내세워 조직폭력처럼 행동하는데, 앞으로 국토부와 관계부처, 그리고 경찰 합동팀을 만들어 전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행위를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어 “노조 간부들이 월례비나 공사 현장 금품 갈취를 통해 받은 돈을 어디 쓰고 있는지 투명하게 회계를 조사할 거고, 불법으로 뜯어내 이익을 보거나 착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몇 배의 부당이득 환수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노조가 타워크레인, 레미콘 등 공급 독점을 계속할 수 없도록 수급 조절을 적극적으로 하겠다. 업무방해 목적의 불법 행위에는 집회·시위의 권리를 남용할 수 없도록 입법 개정도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일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오는 6월까지 건설노조를 비롯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금품수수나 공사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민간 입찰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근본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국토부는 공사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경우 집단행동에 나선 건설노조를 상대로 직접 형사고발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서도록 조처할 예정이기도 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명곡동 행복주택 건립현장에서 열린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정부의 ‘건설노조 때리기’는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5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경찰청 특별단속 등이 뼈대인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이 논의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정위가 건설노조의 고용 요구 행위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보고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고, 한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행법 아래에서는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을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노정 갈등도 커지는 양상이다. 건설노조는 지난 11일 대통령실에서 가까운 서울 용산 삼각지 사거리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및 건설노조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땀 흘려 일하는 건설노동자를 죽이려 한다”며 건설노동자 고용 안정과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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