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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30조원 계약이라더니”…‘볼리비아 리튬 미스터리’ 결말은?

등록 2023-01-07 15:00수정 2023-01-10 16:06

[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볼리비아 리튬 조광권 확보’ 논란
지난 2012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중장비들이 리튬 배터리 재료로 쓰이는 염화칼륨을 캐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012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중장비들이 리튬 배터리 재료로 쓰이는 염화칼륨을 캐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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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중소기업이 무려 130조원 가치를 가진 볼리비아 리튬 조광권(남의 광구에서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리튬은 2차전지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로, 전기자동차 생산 증가에 따라 최근 2~3년 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부 매체들이 앞다퉈 이 내용을 보도했고 회사 주가는 폭등했다.

볼리비아 쪽은 이를 즉각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기업은 조광권 획득은 사실이라며 해명을 공지했다. 볼리비아 리튬 채굴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소기업과 조광권 거래를 했다는 미국 에너지기업 회장의 국내 매체 인터뷰까지 보태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중소기업 대주주이자 대표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조광권 공방에도 기업 쪽은 ‘불통’

130조원 리튬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는 갇혔고 이 기업의 모든 전화는 불통이다. 볼리비아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무턱대고 조광권 획득을 보도했던 매체들은 찜찜해하고 있다. 최근 한달여 사이 시장에서 벌어진 ‘130조원 볼리비아 리튬 미스터리’의 진실은 무엇일까.

K-OTC(금융투자협회 개설 비상장 거래플랫폼) 상장기업 인동첨단소재(그라파이트 방열시트 제조업체)가 리튬 조광권을 획득했다는 자료를 뿌린 건 지난해 11월 말이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지역의 리튬 광업권(900만톤)을 보유한 미국 기업 그린에너지글로벌(이하 그린에너지)로부터 121만5천톤(130조원 가치)에 대한 조광권을 취득했다는 내용이었다. 리튬 채굴을 위해 두 회사는 현지 합작사를 설립(그린에너지 55%, 인동첨단소재 45%)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린에너지의 무하메드 가잔페르 칸 회장은 한국 매체 두 곳과 한 인터뷰에서 “내년(2023년) 3월까지 우리가 특허를 가진 리튬 직접추출장비를 미국에서 완성하여 수송기로 이송한다”며 “5월부터 실제 채굴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리튬공사와 주한볼리비아대사관은 매우 신속하게 반응했다. 공사는 “어떤 외국 기업과도 우유니 소금사막 내 리튬 채굴권 양도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한·미 기업 간 컨소시엄이 900만톤 채굴권을 얻었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입장을 냈다.

130조원 리튬 사건은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인동첨단소재 쪽이 알듯 말듯 한 해명을 공지하면서 의문은 커져갔다. 회사의 설명을 인용하여 요약하자면 이렇다.

“현재 볼리비아 법상으로 리튬 채굴권은 자국민 기업에만 있다. 볼리비아는 이 법안을 개정하는 중이다. 미국 그린에너지글로벌은 볼리비아리튬공사와 우유니 지역 염호(소금호수)에서 ‘미네랄’(증발성 자원)을 추출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염수에 포함된 미네랄은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리튬 등이 있는데 우리 회사의 부주의로 리튬이라는 단어만 부각되어 보도가 나갔다. 앞으로 리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유니 염호 속 광물을 통칭하는 ‘미네랄’을 채굴한다고 용어 변경을 하기로 하였다.”

독자들은 이 설명이 이해되는지 모르겠다. 상업성 있는 리튬은 광산이나 염호에서 채굴한다. 광산의 경우 화강암질 스포듀민 정광의 리튬 함량이 높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지역은 모두 광산 채굴이라고 한다. 반면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지역은 염호 채굴이다. 거대한 연못시설 같은 곳에서 염수를 태양광으로 증발시켜 농축된 리튬을 얻는다. 이를 가공하여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에 사용할 수 있는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을 얻는 방법이다. 인동첨단소재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그린에너지는 볼리비아 소금사막 지역의 염수에서 ‘미네랄’을 추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미네랄 가운데는 리튬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염호 리튬 채굴권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도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다르지 않다. 인동첨단소재의 설명은 볼리비아 현행법으로 해외 기업은 리튬 채굴권을 가질 수 없는데 그린에너지는 리튬을 채굴할 권리를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뒤가 안 맞는다.

볼리비아가 현행법을 개정하는 중이라면, 개정 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채굴권을 경쟁입찰에 부치면 된다. 이것이 볼리비아에 훨씬 유리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여 그리 알려지지도 않은 그린에너지라는 기업에 무려 900만톤급 리튬 채굴권이 넘어갔을까? 이것은 사실일까?

볼리비아는 지난해 6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리튬추출기술 평가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에너지는 직접추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볼리비아에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 중인 이 6개 기업 리스트에는 안 보인다. 우리나라 전자공시에 해당하는 미국 ‘에드가’(EDGAR) 공시시스템에 등재된 그린에너지 자료를 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명의 주주가 지분을 100% 가까이(각각 49.98%)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은 성이 ‘Choi’인 것으로 보아 한국계이거나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소수지분 주주 16명 가운데 7명 역시 한국인이거나 한국계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투자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생산시설 공사를 본격화했다. 공장에만 약 1조원이 투자되는데 내년부터 2만5천톤 생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린에너지와 인동첨단소재 간 합작사인 인동미네랄볼리비아의 출자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1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출자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채굴에 투입되는 자금은 능력이 되면 빌리면 된다. 가능할까?

진실은 뭘까

인동첨단소재는 최근 5년간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냈다. 10억원 미만이던 매출액은 2021년 42억원이 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은 124억원, 영업적자는 117억원이다. 판매관리비가 167억원으로 껑충 뛴 것으로 보아 관리비에서 특수한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동자산은 69억원인데 유동부채가 1611억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1년 안에 결제가 돌아오는 부채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23배 많다. 비유동자산에서 무형자산이 1337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보아 조광권 같은 사업권리를 취득하면서 지게 된 미지급금을 올해 갚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을 현금화하는 건 장기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이 자산 때문에 갚아야 하는 부채는 단기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인동첨단소재와 에프아이씨(FIC)신소재, 유로셀 등 3개 계열사의 대주주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유성운 회장은 지난해 말 구속되었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혐의로 알려졌다. 볼리비아 130조원 리튬 사건은 현재로선 미스터리다. 그러나 진실이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경제이슈분석 미디어 ‘코리아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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