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9% 급감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거의 모든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큰 폭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더 매서운 실적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천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 동기(13조8천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76조5천억원)보다 8.5%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건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와 완제품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정보기기·가전업계의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런 영업실적은 시장 전망치의 최하단(5조원대 중반)보다 낮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라며 별도의 설명자료까지 냈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문별 실적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컸다. 경기침체 전망으로 고객사들의 구매 수요가 크게 줄었고, 재고 증가로 가격 하락 폭 역시 애초 전망보다 확대됐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이 1조원대 중후반에 머문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직전 3분기(5조1200억원)보다 70%이상 줄어든 것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4분기에 적자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가전 등 전방 사업의 실적 부진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스마트폰·가전 사업(DX)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분기(3조5천억원)보다 40%가량 감소한 2조원 안팎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수요 약세와 원가 부담 여파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력인 반도체 부문은 올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도현우 엔에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반도체 부문은 올 2분기에 영업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 적자를 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 된다.
수익 방어를 위해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접적 감산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동원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가량 축소하고, 올해 예정된 디램·낸드 신규 증설과 공정 전환 계획을 일부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01조7천억원으로 전년(279조6천억원)보다 7.9%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천억원으로 전년(51조6천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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