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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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2023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역대 가장 늦은 ‘지각 처리’입니다. 이렇게 법정처리 시한을 20일씩 넘겨가면서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지점은 바로 ‘법인세 인하’였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건데요. 결국 법인세를 구간별로 각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대체 법인세가 뭐길래 이러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이 정말 큰 건지, 지금이 법인세를 낮추기에 적절한 상황인지 박종오 경제산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국회가 법인세를 구간마다 1%씩 내리는 걸로 합의했잖아요. 이렇게 하려고 그렇게 싸운 건가요? 도대체 기업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 거죠?
박종오 기자: 지금 법인세를 어떻게 물리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데요. 법인세는 법인, 즉 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잖아요.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4단계로 나눈 체계로 운영하고 있어요. 연도별 법인소득에서 소득공제 등을 뺀 금액을 과세의 표준으로 삼습니다. 이 액수(과세표준)가 ①2억원 이하면 10% ②2억~200억원이면 20% ③200억~3000억원이면 22% ④3000억원을 넘으면 25%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내년부터는 이 각 구간들에서 세율을 1%포인트씩 줄이겠단 거예요. 이로 인해서 향후 5년(2023~2027년)간 누적 법인세 감세액이 24조4천억원에 이릅니다.
[The 2] 기업들은 좋겠네요. 근데 우리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그렇게 높았나요?
박종오 기자: 문재인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려서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기업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큰지 작은지 판단하려면 외국과 비교를 해야 하는데요. 정부에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내놓은 2019년 법인세 실효세율 수치를 근거로 들었어요. 한국의 실효세율은 21.4%로 미국(14.8%), 일본(18.7%), 영국(19.8%)보다 높으니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란 겁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 보고서의 적용 기준과 시점 오류를 바로 잡아 다시 계산해보니 2019년 한국의 실효세율이 17.5%로 좀 낮아졌어요. 호주(29.3%), 프랑스(25.6%), 영국(19.8%) 다음으로 네 번째죠. 우리보다 실효세율이 낮은 나라는 일본(17.3%)과 미국(14.8%)이었고요.
법인세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통계 근거 하나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The 3] 야당은 ‘부자 감세’라면서 반대해왔잖아요. 정부는 법인세를 내리면 개미 투자자, 소비자, 노동자, 중소기업도 득을 보게 된다고 반박하고요. 누구 말이 맞나요?
박종오 기자: 주식 투자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 중에 법인세 인하로 자신들의 배당금이 늘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야 대주주들이 거대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같은 곳이라, 이런 기관투자자들이 무조건 배당을 많이 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넣잖아요. 그렇게 안 하면 이사회 열어서 CEO를 갈아치우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최대 주주들이 대부분 창업자와 가족들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선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가 심각하고, 노조 조직율이 낮습니다.
법인세 줄여준 만큼 주주, 노동자, 협력업체에게도 충분히 돌아간다고 보는 건 일차원적인 생각입니다.
[The 4] 다른 나라는 어때요? 정부 말처럼 법인세 인하가 요새 트렌드인가요?
박종오 기자: 한동안은 그랬지만, 최근 상황은 또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잖아요. 그래서
영국에선 지난 9월에 철회하기로 했던 법인세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어요. 2023년부터 법인세 25%(기존 19%)가 적용되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법인세를 적어도 재무제표상 순이익의 15% 이상 내도록 하는 법안을 올해 통과시켰어요.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28%로 올리는 자신의 공약도 계속 추진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횡재세를 유럽연합에선 도입한다고 합니다.
민생이 어려워지니 각국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서 나누겠다는 게 최근 트렌드입니다.
[The 5] 그럼 우리도 오히려 법인세를 더 거둬야 하는 건가요?
박종오 기자: 지금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아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도리어 줄고 있잖아요. 이럴 땐 세금을 올려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보완해주는 게 맞아요. 지금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안상훈 사회수석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도 우리나라가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정도만 가자는 거예요. 이때 어떤 세금을 늘리느냐가 중요한데요. 법인세는 OECD 평균 이상으로 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세는 평균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GDP 대비 소득세수 비중 국내 5.3%, OECD 평균 8.1%). 소득세수가 굉장히 낮은데, 소득세를 올리자고 하면 표가 떨어지죠.
OECD 평균보다 높아서 법인세를 줄인다면, OECD 평균 보다 낮은 소득세는 높이는 게 책임정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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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