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청북도 충주의 한국자활연수원에서 열린 ‘2022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이경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육연구원 부원장이 ‘지금 여기 사회적 경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주최하고 넥스트SE가 주관한 올해 행사는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통합지원기관전국협의회가 공동주관하고, 두레생협연합, 한국자활연수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신협중앙회, 아이쿱생협연합회, 한국자활기업협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이 후원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 호명되지만 ‘사회운동’의 성격도 깔려 있다.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관심과 정성으로 돌보기도 하고, 빈부격차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도모거나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 스스로 앞장서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가 ‘제도'로 정착되어 가면서 본래의 ‘운동성’이 진부화하거나 도구화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크다. 사회적 경제 현장 활동가들의 ‘고단함’도 깊어지고 있다. 복잡하고 무거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현실의 문제에 짓눌리기도 하고, 연대와 협력의 지난한 과정에 정서적으로 소진되기도 한다.
지난 9일과 10일 1박2일간 충청북도 충주의 한국자활연수원에서 사회적 경제 분야 활동가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사회적 경제의 본성을 잃지 않고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3년만에 열린 ‘2022년 사회적 경제 활동가 대회’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주최하고 넥스트SE가 주관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윤리강령 티에프티(TFT)에 속한 이경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육연구원 부원장은 “사회적 경제 정체성을 두고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사상·정책·역사 등에 대한 관점들이 서로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며, “이러한 ‘다름’이 축복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가 진부화되는 것을 극복하고, 복합성을 인정하고 다원화되는 것이 ‘사회적 경제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 부원장은 “다원화된 사회적 경제 영역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민주적 공론장 확산”을 강조하며, “사회적 경제 활동가 스스로 사회적 경제다운 방식으로 살아갈 것”을 제안했다.
지난 9일 충청북도 충주의 한국자활연수원에서 열린 ‘2022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에이치비엠(HBM) 사회적협동조합 주도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Technology)’ 방식의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활동가 전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 정체성 워크숍’도 진행됐다. 사회적 경제의 정체성을 저마다의 용어로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구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제안한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은 “사회적 경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그동아리’라고 작성한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무겁고 진지한 연대와 협력도 좋지만, 재미있게 함께하면 좋겠다”며,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 사이에 가볍고 재미있는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에이치비엠(HBM) 사회적협동조합이 주도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Technology, 현장에서 자유롭게 의제를 정하고 논의하는 집단 의사결정 방법) 방식의 워크숍에선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고민을 의제 삼아 소그룹을 이뤄 자유롭게 이동하며 의견을 나눴다. 활동가들은 △펫(pet) 공제 △상호거래 △훌륭한 부모가 되는 법 △조직문화 △청년 활동가들이 원하는 사회적 경제 연구 주제 △행복중심생협 ‘착한참치’ 매출 증대 방안 △스트레스 해소 방안 등의 의제 별로 의견을 나누고, 액션플랜을 구상했다.
참석자들은 자율 네트워킹, 강연, 공로상 시상식, 레크레이션 등을 통해 이튿날까지 서로의 갈증과 어려움을 나누며 소통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정책 환경과 치열한 현장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스스로를 격려하고, 현실의 한계를 넘는 구상을 통해 공동의 전망과 연대의 실질적 경험을 다지는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충주/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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