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집사’ 회원 김동혁씨가 12월5일 장집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퇴직하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가상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이거다 싶었죠.” 장집사 회원인 김동혁(60) 씨는 노인과 장애인의 집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 고령친화무장애주택협동조합 ’ 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에 금융회사를 퇴직한 뒤 지인들과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다. “노인체험을 해보니까 노인분들이나 장애인분들이 집에서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후 1년여 동안 타일 , 방수 , 온돌에서부터 건축도장 기능사까지 집수리에 필요한 자격증을 무려 7개나 땄다. 노인과 장애인 집수리일수록 날림으로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에는 평생 살아왔던 집도 갑자기 낯설고 불편해진다. 익숙한 동선이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 거동이 불편해져서 집 안 벽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히거나 계단이나 문턱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벽 모서리 부분에 고무 재질의 커버를 씌우거나 벽면 곳곳에 손잡이를 달고, 계단과 문턱에 작은 경사판을 설치한다. 이런 작은 공사만으로도 노인과 장애인의 주거 환경은 크게 개선된다.
김씨는 집수리를 의뢰한 주인이 만족해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반지하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화장실 변기 수리를 요청하신 적이 있는데, 변기를 배수관보다 높은 곳에 설치하다보니 화장실이 거실보다 높은 곳에 있었죠. 그래서 화장실을 편히 이용하실 수 있게 발판을 설치하고 손잡이를 달아드렸죠.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너무 고맙다며 감 2개와 쌀과자 한봉지를 주셨어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죠.”
노인과 장애인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집수리 가운데 하나가 전기공사다. 하지만 김씨와 같은 소규모 협동조합은 전기공사를 할 수가 없다. 전기공사업 면허를 딴 업체만 전기공사를 할 수 있는데, 이 면허를 취득하려면 자본금 1억 5천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영세업체가 공사를 날림으로 할 수 없도록 만든 규제인데, 문제는 이 정도 규모를 갖춘 업체가 지역사회에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장애인분들 집에 가보면 전기 시설이 고장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집사 회원들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라서 전기공사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부탁을 거절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 고 말했다 . 봉사활동을 막는 탁상행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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