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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반지하 사는 할머니가 건넨 쌀과자, 평생 잊지 못하죠”

등록 2022-12-12 09:40수정 2022-12-12 09:46

[나눔이 희망이다]
‘장집사’ 회원 김동혁씨 인터뷰
‘장집사’ 회원 김동혁씨가 12월5일 장집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장집사’ 회원 김동혁씨가 12월5일 장집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퇴직하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가상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이거다 싶었죠.” 장집사 회원인 김동혁(60) 씨는 노인과 장애인의 집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 고령친화무장애주택협동조합 ’ 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에 금융회사를 퇴직한 뒤 지인들과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다. “노인체험을 해보니까 노인분들이나 장애인분들이 집에서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후 1년여 동안 타일 , 방수 , 온돌에서부터 건축도장 기능사까지 집수리에 필요한 자격증을 무려 7개나 땄다. 노인과 장애인 집수리일수록 날림으로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에는 평생 살아왔던 집도 갑자기 낯설고 불편해진다. 익숙한 동선이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 거동이 불편해져서 집 안 벽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히거나 계단이나 문턱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벽 모서리 부분에 고무 재질의 커버를 씌우거나 벽면 곳곳에 손잡이를 달고, 계단과 문턱에 작은 경사판을 설치한다. 이런 작은 공사만으로도 노인과 장애인의 주거 환경은 크게 개선된다.

김씨는 집수리를 의뢰한 주인이 만족해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반지하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화장실 변기 수리를 요청하신 적이 있는데, 변기를 배수관보다 높은 곳에 설치하다보니 화장실이 거실보다 높은 곳에 있었죠. 그래서 화장실을 편히 이용하실 수 있게 발판을 설치하고 손잡이를 달아드렸죠.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너무 고맙다며 감 2개와 쌀과자 한봉지를 주셨어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죠.”

노인과 장애인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집수리 가운데 하나가 전기공사다. 하지만 김씨와 같은 소규모 협동조합은 전기공사를 할 수가 없다. 전기공사업 면허를 딴 업체만 전기공사를 할 수 있는데, 이 면허를 취득하려면 자본금 1억 5천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영세업체가 공사를 날림으로 할 수 없도록 만든 규제인데, 문제는 이 정도 규모를 갖춘 업체가 지역사회에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장애인분들 집에 가보면 전기 시설이 고장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집사 회원들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라서 전기공사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부탁을 거절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 고 말했다 . 봉사활동을 막는 탁상행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한겨레>는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연말연시 전국민 이웃돕기 캠페인 희망2023나눔캠페인의 모금을 위해 공동기획한 ‘나눔이 희망이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캠페인으로 모인 기금은 △지역사회 안전 지원, △위기가정 긴급 지원 △사회적 돌봄 지원 △교육 및 자립 지원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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