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오를 때 가계소비는 0.4% 가까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이 많을수록 허리띠를 더 세게 졸라매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최근 수년간 크게 늘어난 가계 빚이 금리 상승기에는 민간소비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슈노트를 보면, 원리금상환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가계 실질소비는 평균적으로 0.3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동향분석팀이 2007∼202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소비 제약 효과를 살펴본 결과다. 원리금상환비율은 가구소득 대비 채무에 대한 원리금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최근 원리금상환비율이 2%포인트 올랐다면 소비는 0.74% 줄었을 거라는 얘기다. 이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분(2.25%포인트)이 가계의 원리금상환비율에 대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다만 오태희 한은 동향분석팀 과장은 “실제 원리금상환비율의 변화는 가구마다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에 올해 한국노동패널 자료가 아직 없는 이상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채가 많을수록 소비 감소 폭이 컸다. 분석팀은 고부채(상위 50%)와 저소득(하위 30%) 등 가구 특성별 차이를 살펴봤다. 고부채-저소득 가구는 원리금상환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소비가 0.47% 줄어들어 전체 가구 수치(0.37%)를 크게 웃돌았다. 고부채-중·고소득 가구의 소비 감소율도 0.4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소득만 놓고 보면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 폭이 0.28%로 비교적 작았다. 저소득층의 경우 필수지출이 많아 소비를 더 줄이기 어려워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고소득 가구는 소비를 0.4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부채가 소득의 두 배를 넘는 상황에서 빚을 더 낸 가구는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대출을 더 받으면 이를 일부 소비에 쓰는 것과 대비된다. 연간 가구소득 대비 부채잔액(원금) 수준을 나타내는 부채소득비율이 200%를 넘는 경우, 부채소득비율이 10%포인트 더 오르면 소비는 0.3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소득비율이 200% 미만일 때는 반대로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2007∼2021년 평균 부채소득비율은 전체 가구가 83.6%, 부채 보유 가구가 170.2%였다.
한은 동향분석팀은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은 금융안정뿐 아니라 소비 평활화를 통한 경기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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