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산업단지 전경. 오른쪽이 1·2단지, 왼쪽이 3·4단지. 구미시 제공
정부가 경북 구미산업단지를 시작으로 국가산업단지를 저탄소 모델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단지 안에 재생에너지 기반을 구축하고, 에너지 소비 효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산업단지를 화석연료, 전력중심, 혼합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유형별 대표모델 산단을 1개씩 지정하고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총 15개의 저탄소 산단을 구축하기로 하고, 첫 대상으로 구미산업단지를 지정했다. 1969년 조성된 구미산업단지는 반월시화·창원·대불산단과 함께 혼합형으로 분류돼 있다. 화석연료형은 여수·울산미포·온산·광양, 전력중심형은 인천남동·광주첨단·서울디지털산단 등이다.
산업부는 이날 구미산업단지 내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장에서 ‘구미 저탄소 대표모델 산단 지정’ 기념식을 열고, 저탄소 전환을 위한 신재생 기반시설 구축, 에너지 소비효율 제고, 아르이(RE)100 이행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경북 봉화·의성·영양 등 구미산업단지 인근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에너지를 구미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 탄소 저감 정책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구미산업단지 입주기업으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외에 삼성전자, 엘지(LG)이노텍, 에스케이(SK)실트론, 덕우전자 등이 있다.
산업부는 또 구미산업단지의 에너지 공급 쪽에서 태양광·수소연료전지 같은 신재생 발전원 설비를 구축하고, 수요 측면에선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고효율 설비 교체를 뒷받침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기준 0.4% 수준인 구미산업단지의 에너지자립률을 2030년까지 23.6%로 높이고, 탄소배출량은 지금의 19.7%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에너지자립률은 ‘신재생 발전량’을 ‘총 전력소비량–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나눈 값이다. 구미산업단지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 기준 439만t CO₂ 이며, 2030년까지 이를 86만5천tCO₂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입주기업과 한국전력 등이 참여하는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열려, 앞으로 수출기업의 아르이100 지원체계 및 구미산업단지의 저탄소 전환 협력체계를 마련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아르이100은 일정 시점까지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말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기념식에서 “글로벌 탄소 규범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들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중심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산업단지의 친환경 저탄소화를 위한 신재생 인프라 구축,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은 산업단지의 탄소 저감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산업의 발전,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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