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2022 지역일자리 포럼(상생·협력을 통한 이중구조 해소를 위하여)’에서 발표 및 토론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 제공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으로 ‘2022년 지역일자리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상생·협력을 통한 이중구조 개선을 위하여’를 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산업전환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조선, 자동차 등 산업별 당면한 일자리 문제를 짚어보고, 상생형 일자리 방안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1부는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지역 주체 간 상생·연대 방안’을 주제로 조선업의 구인난과 노동 구조와 조건, 지역 문제 등을 논하는 자리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대형 조선사들이 2026년까지 생산물량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저임금 등 낮은 처우와 고용 불안으로 업계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5년 조선업 종사자는 조선소 직영 인력(13만3천여명) 및 협력사 기능직(6만9천여명)을 합쳐 약 20만명이었는데, 2021년 현재 9만여명(직영 4만7천여명, 협력사 4만6천여명)대다. 현재까지 수주한 물량 납기를 위해서는 당장 2만~3만명, 안정적으로는 5만여명의 노동자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구인난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산업 불황기에 이탈한 숙련 인력이 열악한 노동조건, 다단계 하도급 체계, 낮은 임금 등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꼽는다. 그간 국내 조선업은 중국보다 20~30% 정도 비싼 가격임에도 품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숙련 인력 부족으로 납기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정 교수는 조선업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제안했다. 동일직종의 사내외 협력사 다수와 원청이 지분으로 참여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직원 고용 승계 및 신규 충원으로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원청은 안정적 물량과 적절한 단가를 보장하고, 협력사는 재하도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숙련과 직무 가치가 반영한 임금체계를 개발한다. 이와 더불어 납기를 준수하고, 안정적 생산을 약속하는 노동조합의 실천이 함께 이행될 때, 조선업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이 확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오히려 지금이 인력 재배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도입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으로 나선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휴 공장 및 산업시설을 활용해 신규 인력을 교육 및 훈련 시키고, 자동화 및 디지털화를 지원해 보다 안전하고 효율성 높은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미래차 전환 위한 노사민정, 산‧학‧관‧연 협력
2부에서는 ‘산업전환에 따른 자동차 부품업계 상생·협력의 일자리 창출방안’을 주제로 전인 영남대 교수(경영학)가 경상북도의 사례를 발표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자동차 부품산업에서 경북 소재 업체는 약 13.7%(1414개)를 차지한다. 자동차 부품업은 도내 경제 뿐 아니라 일자리를 책임지는 주력 산업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래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이들은 사실상 각자도생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경북도는 올해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의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에 지원해 지역 주체들과 함께 자동차 부품 산업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광역지자체인 경북도와 경주, 영천, 경산 기초지자체를 연계하고, 지방정부와 기업, 양대 노총 등 노동계, 지역사회 및 사회적 경제 등 노사민정이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했다.
경북도는 공동의 인프라 조성도 추진 중이다. 일자리 혁신파크를 구축해 신규 인력 유치와 경력자 재교육, 산업전환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구개발을 위한 미래차 부품 혁신센터와 해외 시장 개척 및 마케팅 지원을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미래 인재 양성과 신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관내 특성화 고등학교 및 주요 대학과 양해각서를 맺고 관련 내용을 교과과정으로 개설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려 한다.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해 지자체와 사회적 경제, 민간기업 간 네트워크 및 고용 연계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10개 기업 5460억원 투자와 742명의 신규 고용 창출을 약속받았다. 실제 경북 소재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올해 수도권으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전 계획 비용을 투자와 신규 고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경북도는 상생형 일자리(컨설팅 사업)를 산업전환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며 “노사 참여를 기본으로 연구기관 및 학계, 지역사회와 함께 전체 노동시장 내 변화들을 고민하고 협업하는 모델로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전환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일터 혁신과 삶터 혁신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살고 싶은 지역이 되어야 좋은 인력들을 유치할 수 있다”며 우수 인력 유치 및 이탈 방지를 위해 경제적 여건 외 정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지역 주체들의 역량 축적 계기
3부에서는 ‘환경변화에 따른 상생형 지역일자리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배규식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 주제발표했다. 배 전 위원은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통해 지역이 주체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고, 구체적으로 신규 투자와 고용 성과를 가져온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역 주체들이 프로젝트 기획력과 수행능력을 갖추는 등 역량을 축적하게 된 것도 주요성과로 꼽았다. 다만 판로가 확보된 곳은 안정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해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이 비교적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민관협력 미활성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도 많다고 분석했다.
이에 사업 선정 이후에도 상생협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컨설팅과 자문 등의 추가적 지원과 함께 담당 공무원 및 전문가, 관계자들의 워크숍 등 정기적 협의 채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신규 투자로 인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일자리의 질 개선,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의 전환 등 현안과 상생형 일자리 지원 폭을 보다 넓게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정형우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지역일자리 사업을 계기로 각 지역의 노사민정이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신뢰와 협력이 한층 두터워졌다”며 “일자리 마련뿐 아니라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유지와 원·하청 노동 문제 등 변화하는 노동환경 안에서 포용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사발전재단은 2017년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을 지원해왔다. 지역 노사민정이 주체가 되어 지역 실정에 맞는 일자리 모델을 발굴 및 추진 컨설팅과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에는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으로 명칭과 범주를 확대해 1~2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 이 기사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노사발전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