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의 실익을 기준으로 따진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기존 방식으로 집계한 것에 견줘 반토막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한국의 대미국 무역수지는 과소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추세인 만큼 교역의 실익에 대한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무역수지의 귀착분석’을 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2020년 총액 기준으로 500억달러인 반면 부가가치와 소득 기준으로는 각각 235억달러, 266억달러에 불과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도 소득 기준(25.7%)이 총액 기준(28.1%)보다 더 낮았다. 이는 한은 조사국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국제산업연관표 등 데이터를 이용해 추산한 수치다.
차이가 큰 것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중간재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부가가치·소득 기준 무역수지는 특정 국가의 최종재 수요로 인해 한국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와 한국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을 따진 것이다. 가령 한국이 수출한 부품이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돼 미국으로 넘어간다면, 해당 부품은 중국이 아닌 미국 쪽 무역수지로 집계된다. 부가가치·소득 기준으로 본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총액 기준에 비해 더 작은 이유다.
한-미 교역구조의 경우 시점에 따른 차이가 컸다. 한국의 총액 기준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는 2014년 158억달러에서 2020년 92억달러로 줄어든 반면,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145억달러에서 201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소득 기준으로는 106억달러에서 219억달러로 뛰었다.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 제3국을 거쳐 미국에 도달하는 수출 구조의 영향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교역관계에서는 중국의 위상 변화가 감지된다. 2014년 중국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는 총액(2445억달러)이 부가가치(1878억달러)보다 컸던 반면, 2020년에는 부가가치(3100억달러)가 총액(2991억달러)을 웃돌았다. 기술 수준이 발전한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은 조사국은 미비한 데이터와 분석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2014년과 2020년 수치만 산출했다. 때문에 변화의 경향성을 살펴볼 수 없을 뿐 아니라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영재 모형연구팀 과장은 “교역의 실익을 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평가해 무역정책 수립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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