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2020년 수준의 과세인원과 총세액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시나리오에는 최근의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 등 주요 변수가 빠져 있어서, 정부안이 고스란히 시행될 경우 내년 종부세는 2020년 이전 수준까지 후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재부는 지난 27일 ‘종부세는 정부안으로 정상화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 “정부안은 종부세가 급등하기 이전인 2020년 수준(1조5천억원)으로 세 부담을 환원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안에 따른 2023년 종부세액을 1조7천억원으로 추정했다. 기재부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수정 없이 통과될 경우 내년 종부세 과세인원도 66만6천명으로 2020년(66만5천명) 수준까지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2020년 보유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었다며 2020년 수준 회귀가 ‘정상화’라는 논리다.
문제는 집값 하락세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종부세 부담을 결정짓는 세율·공제액·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현실화율 등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조정하면서, 정부의 내년 종부세 부담 전망이 공신력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종부세액은 ‘(공시가격 합계액―기본공제금액)×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로 정해지는데, 정부는 ‘종부세 정상화’를 명분으로 모든 요소에 대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 시나리오에는 세 부담 전망의 기초인 ‘최근 집값 추이’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내년 3월 말에나 나오기 때문에 전망하기가 어려워 올해 것을 썼다”고 밝혔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임에도, 집값이 고점을 찍은 지난해 말 시세를 바탕으로 한 공시가격을 전망에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역주행 조처 역시 내년 종부세 부담 전망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국토부는 “집값이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방안에 따라 내년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 평균 69.0%로, 올해 평균 71.5%보다 낮아져 종부세 과세표준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내민 △종부세 개편안(세율 하향·공제 확대·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이 최근 집값 하락세와 맞물려 모두 이루어질 경우 내년 종부세 과세인원과 총세액은 2020년 수준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하락 추세가 완연해지기 전에 ‘종부세 2020년 수준 달성’이라는 기계적 목표를 바탕으로 세운 세제 개편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탓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시도에 반발하자 정부는 누더기로 추가 대책까지 내놓으면서 ‘종부세 정상화’는커녕 ‘종부세 후퇴안’을 내놓은 셈이 됐다.
더욱이 정부의 내년 종부세안 전망은 내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전제도 깔고 있다. 정부는 올해 100%에 도달하게 되어있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한시적으로 60%까지 낮춘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은 내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높인다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종부세법이 정부안대로 개편돼 세 부담 정상화 발판이 마련되면 너무 낮은 상태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올리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까지 자의적으로 전제에 넣은 것이다. 만일 이마저도 불발될 경우 내년 종부세 과세인원과 총세액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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