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 대표이사가 아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게 된다. 수백억원대 횡령 사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중대한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9일 금융위원회의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티에프’(TF) 중간 논의 결과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회사 대표이사에게 총괄책임자로서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책임 범위는 소비자나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한다. 금융위는 대표이사가 모든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임직원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제24조)에서 규정하는 내부통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조건을 나열해놨지만 어느 수준까지 갖춰놔야 실효성있다고 판단 가능한지 사건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파생결합상품 불완전 판매로 인해 금융감독원에서 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 1·2심 재판부가 상반된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업무 범위와 의무 이행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책임을 하위 직원에게 위임해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조직 구성원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불완전판매, 불법외환거래, 횡령 사고, 아이티(IT) 전자거래 등을 (중대한 금융사고의) 예시로 들 수 있다”며 “자회사 내부 통제 의무가 있는 금융지주 회장도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사고 예방·적발 시스템을 구비해두고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제대로 관리했다면 대표이사의 책임은 경감되거나 면책된다.
이사회와 담당 임원의 책임도 명확히 한다. 금융위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도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업무를 감독하고 이행 현황을 보고받는 권한이 이사회에 부여된다. 아울러 업무영업별 임원의 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중대 금융사고 이외의 일반 금융사고를 막을 책임은 임원들이 부담한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재 금융당국의 검사가 진행 중인 중대 금융사고에 이번 개선책을 소급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후에 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법리 검토,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법령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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