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질 때 엠지(MZ)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허리띠를 더 강하게 졸라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소비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경기 안전판’ 역할을 해왔는데, 엠지 세대의 소비는 이런 역할에서 멀어진 셈이다. 엠지 세대가 향후 국내 소비를 떠받칠 주력 세대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연구 자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행태 변화 분석’을 21일 발표했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1∼2020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세대별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베이비붐 이전(1941∼1954년생)과 베이비붐(1955∼1964년생), 엑스(1965∼1979년생), 엠지(1980년생 이상) 등 4개 세대로 나눠 살폈다.
경기 수축기에 엠지 세대의 실질소비는 예측값보다 10.0∼18.3% 더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예측값은 생애주기에 따른 소비 패턴에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른 효과 등을 반영해 산출한 값이다. 예측값보다 실제값이 작을수록 소비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떨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축기(2002∼2005년)에는 격차가 10.0%였으나, 그 이후 세 차례 수축기에는 격차가 14.5% 이상으로 커졌다. 가장 최근인 2017∼2019년에는 격차가 18.3%에 이르렀다. 다른 세대에 비해 소득·자산 기반이 취약한 엠지 세대가 허리띠도 더 많이 졸라맨 것이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의 실질소비도 대체로 예측값보다 작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 수축기에 실제값이 예측값보다 3.4∼8.1%만큼 작았다.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인 2017∼2019년 수축기에 격차가 8.1%로 가장 컸다. 반대로 엑스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실질소비는 수축기에도 예측값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예측값을 웃돌았다.
이는 가계소비가 향후 경기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을 암시한다. 과거에 소비는 경기 수축기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를 보여 ‘경기 안전판’ 역할을 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낳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가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엠지 세대가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최 연구위원은 “경기 수축기에 (소비로 인한 타격으로) 경기 부진이 더 심화하는 현상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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