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원회 전략회의 및 민간위원회 출범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과 두손을 모으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비 명목으로 10대 그룹한테서 모두 311억원의 특별회비를 걷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자발적 참여라고 밝혔지만 그룹 규모에 따른 사실상의 분담금 방식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상의는 16일 “지난 9월7일 의원총회를 열어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필요에 따라 특별회비를 납부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일부 기업이 회비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부산 엑스포 민간부문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상의는 의원총회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0위 내에 속하는 회원사는 총 311억원의 금액을 특별회비로 납부한다. 기업집단별 배분액은 자산총액 1위사(삼성)와 위원장사(에스케이)는 균분 부담(각 22.7%)하고 이외 8대 그룹은 자산총액 비율로 분담한다’고 의결했다. 특별회비 납부기한은 2023년 6월까지이며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그룹에 배당된 70억5000만원 중 47억2300만원을 분할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나머지 그룹들은 납부 규모와 일정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과거 여수엑스포 때 민간기업들이 141억원을 정부에 기부한 사례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311억원으로 목표 금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회비는 민간유치위의 국내외 공식행사경비, 메타버스·플랫폼 구축비, 각종 컨설팅과 홍보비에 사용될 예정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제 분담’ 지적에 대해 “311억원은 목표 액수이고 목표만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금액은) 기업들의 실무 의견을 물어 부담할 수 있는 한도로 정해서 배정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산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분담한 금액인데 사전에 별도 협의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통보받고 사후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과거 국정농단 사태 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걷었던 사례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시는 반강제로 재단에 기부하는 형태였고, 이번에는 기부나 성금이 아니고 자발적인 회비”라며 “전경련 사태 때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우 부회장은 “특별회비 납부와 비용 처리 결과는 투명하게 관리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감사도 받겠다”고 밝혔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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