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4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해 모인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2023년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6천억원 삭감한 것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야당은 이를 전액 ‘원상복구’하는 증액안을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했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원안 유지를 고집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6일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위한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삭감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전액 원상 복구하는 증액안을 의결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6315억원 삭감하고 공공 분양주택 예산은 1조792억원을 증액하는 원안을 고수했지만, 민주당은 “수해로 반지하, 비주택거주자의 정상 거처 이주 필요성이 대두됐음에도 이에 역행하는 조처”라며 전액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의결된 소위안을 들여다보면 다가구매입 임대·국민임대·영구임대 등 주요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이 전액 원상복구 됐다. 그 밖에 원안에서 증액된 일부 사업을 추가로 늘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정부안 대비 6조1177억원 증액했다. 공공 분양주택 예산은 정부안 대비 1조1393억원 삭감했다.
국민의힘은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은 정상화 조처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대응으로 2021년(23%), 2022년(17%)에 한시적으로 대폭 늘린 공공전세사업(1조9천억원)이 종료되었을 뿐, 2019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2조9천억원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늘어난 것은 2015년 여야 합의로 제정한 주거기본법에 의한 공공임대공급 로드맵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꾸준히 공공임대 확충에 주력해왔음에도 우리나라 주거복지 실태는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2017년 6.3%에서 2020년 8%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영국(16.7%), 프랑스(14%), 덴마크(21.4%) 등 유럽 국가와 견주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도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간 임대 뒤 ‘분양 전환’되는 공공주택이라, 20∼3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임대주택만 추리면 재고율은 5%대에 그친다. 반지하, 쪽방, 고시원 등 비정상 거처 가구의 ‘완전 해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한동안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둘러싼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동의 없이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한 가운데 예산 삭감에 대한 시민단체 쪽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등 4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삭감 저지를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은 16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열었다. 이들은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에 반발해 지난달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7천억원만 복구하는 것으로 예산심사 방향을 정했다가, 시민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원상복구’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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