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개성공단기업협회 제공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들의 속앓이가 심하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남한 쪽의 강경 대응 일변도 탓에 입주기업들의 실낱같은 한 가닥 기대감마저 무참히 꺾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2월 공단 가동 중단 뒤 6년9개월에 이르는 동안 입주기업들은 생산 기반 상실로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입주 기업 10곳 중 2~3곳꼴로 휴·폐업 상태라는 소식까지 들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 이재철 회장은 “정상화만 되면 언제든지 (개성공단에) 들어간다는 게 기업들의 뜻이지만, 이젠 가동 정상화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이 회장은 “정부(통일부)와 국회(외교통일위)에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입주기업들의 영업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국회 쪽에서 ‘도와주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로 이뤄졌다.
―보상 필요한 영업 손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입주 125개 기업 다 합쳐 3천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뒤) 정부에서 확인한 입주기업 투자 규모가 7800억원이었고, 보험금이나 유동(재고) 자산 피해지원금 등으로 받은 게 5500억원이다. 나머지 2천억~3천억원은 못 받았다.”
정부를 믿고 투자했던 것인데,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됐으니 영업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주장이다. 북한 쪽이 공장을 무단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이에 대해 남한 정부 당국이 어떤 조처도 할 수 없는 사정 또한 손실보상 요구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는다.
―정부와 국회 쪽 반응은 어땠는가?
“도와주겠다고 얘기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걸리고 하면서 좀 늦어지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이 회장은 “공단의 가동 정상화만 된다면 언제든 다시 들어갈 것이고 그럴 경우 영업 손실보상은 필요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개성공단 사업은 영업수지 면에서 “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창업 회사이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125곳 중 한 곳인 제씨콤은 개성공단 사업에서 10%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뒀다고 한다. 한창이던 때 개성 사업장의 매출 규모는 200억원을 넘었고, 철수 직전 북한 쪽 노동자가 1천명가량에 이르렀다고 이 회장은 밝혔다. 제씨콤은 개성공단에서 광통신용 접속부품인 커넥터 생산을 주력으로 삼았던 터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국내 통신회사들에 공급하거나 국외로 수출했다.
제씨콤은 경남 양산에 사업 터전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이 1981년 창업해 케이블 제조에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왔으며 현재 광케이블 보호제 생산을 위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처럼 공단 폐쇄 뒤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국내 사업장과 개성공단 합쳐 한때 500억원가량에 이르던 매출 규모는 200억원대로 떨어졌다. 제씨콤 쪽은 “개성공단 가동 당시엔 일반 관리비, 관리 직원을 공유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투자비 200억원가량을 조달하는 것에 얽힌 부채 부담 또한 경영 애로 요인으로 꼽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