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아프리카에 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한 소들이 11월8일 케냐의 한 마을 우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케냐/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은 ‘탄소중립 역주행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를 핑계로 전 세계가 이미 약속했던 탄소중립에 역주행한 흔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금세기말까지 지구 기온이 2.4∼2.6도 올라 지구 기온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엔환경계획은 “파리협정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례 없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에 합의한 파리협정은 산업혁명 이전 기준으로 평균기온 2도 이하 상승을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막을 것을 제안했었다. 현재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시작 이후 1.2도 가까이 오른 상태다.
기상청은 최근 세계기상기구(WMO)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대기 중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해 415.7ppm을 찍었는데, 이는 2020년보다 보다 2.5ppm 증가한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온실가스 중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두 물질은 지구 온난화에 이산화탄소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더 심한 온난화를 일으키고, 아산화질소는 무려 265배에 이른다. 메탄 농도는 2020년 대비 18ppb 오른 1908ppb로 관측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아산화질소도 334.5ppb로 전년 대비 1.3ppb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주로 가축사육에서 배출된다. 메탄은 소나 양, 염소, 사슴, 낙타 같은 반추동물의 트림과 방귀로 나오고, 아산화질소는 가축의 분뇨에서 배출된다. 메탄 배출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물은 소다. 전 세계적으로 식용으로 키우는 소는 10억마리에 이른다. 여기서 나오는 메탄은 이산화탄소 20억톤과 동일한 효과를 일으킨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따라서 소에서 나오는 가스를 통제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소의 장내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빌 게이츠는 2021년 출간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지금까지 나온 방식들을 자세히 소개했는데, 이를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소에게 합성사료를 먹이는 방법이다. 화학합성물을 사료에 첨가하면 소가 배출하는 메탄을 30% 정도 줄일 수 있다. 소의 위 안에서 메탄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인 수소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전분 함량이 높은 사료나 탄닌 함량이 높은 사료를 먹이면 수소의 활성화를 제어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교차 교배를 통한 품종 개량이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사육지에 따라 다르다. 북미 지역이나 유럽에서 사육되는 소는 아프리카나 남미보다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소의 품종을 개량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 사육을 줄이는 것이다. 소 사육을 줄이려면 사람들이 소를 덜 먹어야 한다. 채식을 하거나, 식물성 고기 등으로 소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채식은 사람의 식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대안으로서 한계가 있다. 반면 인공육인 식물성 고기는 더 적은 땅과 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온실가스도 덜 배출한다. 하지만 식물성 고기에는 ‘그린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인공 고기는 진짜 고기보다 비싸다. 고기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합성사료 개발을 꼽는다. 채식이나 인공육으로 소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업체 ㈜지환 권혁영 대표(공학박사)는 “소의 장내에서 메탄을 산화시킬 수 있는 화학합성물을 사료로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품종 개량이나 (채식과 인공육으로) 소 사육을 줄이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한우협회는 최근 한우 사육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안 등을 연구한 보고서에서 인공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상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 식물성 대체육이 환경적으로 유익한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학협회 논문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물성 고기는 완두콩에서 분리된 단백질, 가압추출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 오일 및 기타 여러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고기의 붉은색을 내기 위해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 들어 있는 레그헤모글로빈을 추출해 첨가하거나, 고기와 흡사한 식감을 내는 메틸셀룰로스 같은 섬유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메틸셀룰로스는 식용으로 허가된 화학 첨가제이지만 인공눈물, 변비약의 성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메틸셀룰로스는 2g 이하로 섭취했을 때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인공육이 보급화돼 지속적인 섭취가 이뤄질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대체육을 만들 때 어떤 첨가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고기처럼 만들기 위해 첨가물을 많이 넣으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산화질소를 생성하는 가축분뇨는 퇴비 또는 액비로 처리해 토양으로 흡수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화처리시설을 만들어 직접 처리하거나, 바이오차를 이용해 처리한다. 바이오차는 목재나 식물의 잔재물을 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350℃ 이상 고온에서 태워 만든다. 바이오차를 농경지에 뿌려주면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논밭이 비옥해지고 작물도 튼튼하게 자라게 된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는 국제메탄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00여개 국가(중국, 인도, 러시아 제외)들이 협약에 참여했다. 하지만 1년 뒤 이 협약의 성적표는 신통찮다. 하루빨리 고기를 덜 먹거나, 가축을 기르는 방식을 바꾸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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