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뱅크먼 프리드 에프티엑스 공동창업자. 에프티엑스 공식 블로그 갈무리
거래량 기준으로 한때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들던 에프티엑스(FTX)가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해 파산을 신청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과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국적을 특정하기 어려운 가상자산의 특성상 국내 에프티엑스 이용자 규모를 정확하게 추리긴 쉽지 않다. 금융 당국과 가상자산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최소 1만여명의 자금 20억원 가량이 에프티엑스와 알라메다리서치에 묶여 있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원화와 가상자산 간 교환을 지원하는 국내외 거래소의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자, 에프티엑스는 한국어 누리집과 커뮤니티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한국 국적 또는 국내 거주 이용자들의 거래는 허용했다.
에프티엑스는 특금법 시행 이후 국내 거래소들에선 자취를 감춘 레버리지·선물 등 상품을 다양하게 갖춘 탓에 ‘고위험 고수익’ 성향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현물 거래만 하는 이들도 국내 거래소보다 거래 가능한 코인 종류가 많고 이용자 경험(UX)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에프티엑스를 즐겨 찾았다. 한 국내 가상자산업체 관계자는 “에프티엑스를 이용했을 정도면 가상자산에 적잖이 투자한 ‘고인물’이라는 의미”라며 “국내에도 수천만원, 수억원 단위 투자금이 묶여 곤란한 투자자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들이 받았을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산을 에프티엑스에 보관해 온 기업들이 큰 곤경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국내 가상자산업체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 법인 계정을 만들기 어렵다 보니 바이낸스, 에프티엑스 등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 투자금과 사업자금을 관리해 온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에프티엑스에 가상자산을 직접 상장한 국내 기업도 있다. 게임업체 컴투스는 지난 3월 에프티엑스의 ‘거래소 코인 발행’(IEO) 기능을 이용해 자체 가상자산 ‘시투엑스’(C2X)를 판매했다.
에프티엑스와 함께 파산 신청을 한 알라메다리서치 계열사 가운데 국내 법인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보면, 샘 뱅크먼 프리드 에프티엑스 전 대표는 2018년 국내에 블록체인 관련 자문과 투자 등을 사업 목적으로 둔 법인 ‘한남그룹’을 설립했다.
한편 ,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에프티엑스의 자체 가상자산 에프티티(FTT)를 10일 투자유의 종목에 지정했다. 업비트와 빗썸은 에프티티 거래를 지원하지 않았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