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들이 먹통이 되면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피해까지 당한 것은 카카오 쪽이 서버(서비스 제공에 사용되는 고성능 컴퓨터) 이중화라는 안전 장치를 해놓지 못했던 탓이었다. 이런 안전장치 미비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또한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에스케이씨앤씨 데이터센터처럼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6월 말 현재 86곳에 달한다. 전국 142곳 중 60.6% 수준이다. 서버 용량 기준 수도권 비중은 70.1%(1.22GW)에 이른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 기능과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건물이나 시설을 일컫는다. 지능정보화기본법에선 ‘다수의 초연결지능정보통신기반을 일정한 공간에 집적시켜 통합 운영·관리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기사용 예정통지’ 신청 수요를 고려하면 이 비율이 2029년에는 각각 90%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가동과 공조 설비를 연중 무휴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로 꼽힌다. 전국 142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이 4006GWh로, 서울 강남구 전체 계약 호수인 19만5천 가구의 전력사용량(4625GWh)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돼 있다. 인터넷 이용 대중화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등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 추세에 대해 산업부는 “4차 산업혁명 도래, 디지털 경제 확대, 전력 품질·가격 측면의 장점으로 국내에 두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국의 가구당 연간 정전 시간은 지난해 기준 8.9분으로, 미국 47.3분(2020년), 영국 38.4분(2016년), 독일 10.7분(2016년)에 견줘 짧다. 여기에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83%로 비교적 싼 편이다.
산업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은 화재·지진 같은 재난 발생 때 데이터 손실과 인터넷 접속 불가·지연 등으로 이어져 생활 및 통신 기반(인프라)의 마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지난달 터진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단적인 예다. 전력 다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에 따라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추가 건설 부담 및 전력계통 혼잡을 유발한다는 사정도 있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며 지역균형 발전을 해치는 등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산업부가 이날 서울 중구 한전 경인건설본부에서 이호현 전력혁신정책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어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마련한 배경이다. 산업부는 이 방안에서 데이터센터가 전력계통에 끼치는 영향을 엄격히 평가해, 계통 파급효과가 크거나, 과도한 신규투자를 유발하거나, 계통 연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전기공급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에 관한 고시’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비수도권에 자리 잡는 데이터센터에는 배전망 연결(22.9kV) 때 케이블·개폐기 등 시설부담금 할인, 송전망 연결(154kV) 때 예비전력 요금 일부 면제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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