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총수의 아들들이 대주주인 계열사에서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해 부당이익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해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80억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전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도합 4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로, 타이어의 패턴 등을 구현하기 위한 타이어몰드(틀)를 제작해 한국타이어에 납품해왔다.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인수한건 2011년이다. 한국타이어는 엠케이티(MKT)홀딩스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를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인수 당시 엠케이티홀딩스는 448억5천만원을 차입했는데 이후 2014년 한국프리시전웍스가 엠케이티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잔여차입금(348억5천만원)까지 인수했다.
한국타이어는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부당지원 행위를 오랜 기간 이어왔다. 계열사에 편입시킨 직후에는 비계열사의 발주물량을 빼서 이전해주는 식으로 영업실적 개선을 도왔고, 발주물량이 줄어든 비계열사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2014년 2월부터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신단가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새로 설계한 단가표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적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한국프리시전웍스에 몰아주는 특혜도 있었다.
제작 난이도와 인치 별로 타이어몰드 가격을 세분화하는 신단가표는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판관비 10%와 이윤 15%를 보장해주는 등 이례적인 조건을 달아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설계된 이 신단가표의 거래조건은 경쟁사의 가격 대비 약 15% 높았고, 구 단가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한국타이어는 2018년 2월에야 한국프리시전웍스의 단가를 15% 인하하기로 하면서 지원 행위를 마쳤다.
부당지원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이례적으로 높은 매출과 이익을 실현했다. 약 4년에 이르는 지원 기간 총매출액은 875억2천만원, 영업이익은 323억7천만원이었다. 이 기간 한국프리시전웍스의 매출이익률은 42.2%에 이르렀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2016∼2017년에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에게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공정거래법 제23조(부당지원행위)와 제23조의2(사익 편취 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다만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 등 개인은 이번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신단가 정책의 핵심 내용이 원가 과다계상과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인데, 이에 대해 총수 2세가 구체적으로 지시·관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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