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이 협력사에 임원 임기와 연봉, 배당률, 지분구성 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경영 간섭을 한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 5억8천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포스코케미칼이 업무 외주화 과정에서 설립한 협력사 19곳에 대해 ‘협력사 경영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인사·자본·지분 등에 대해 간섭해왔다며 하도급법 제18조 제1항(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과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거래상 지위의 남용 중 경영간섭)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8천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내화물 제조 및 시공, 생석회 제조, 에너지 소재 제조 등의 사업을 직접 수행하다가 1990년 9월부터 차근차근 외주화를 해왔다. 약 29년에 걸쳐 자사 직원이 퇴직한 뒤 설립한 협력사 총 19곳은 포스코케미칼과 전속 거래 관계를 줄곧 유지해왔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께부터 이들 협력사를 관리하기 위해 협력사의 인사·자본·지분 등 중요 내부 사안을 간섭하는 내용의 ‘경영관리 기준’을 설정해 운용하는 등 사실상 협력사를 하부조직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에는 임원 임기를 4년 기본에 2년까지 추가 가능토록 하고 사장 연봉을 1억9천만원으로 정하는 등 구체적인 지침이 담겼다. 아울러 협력사들이 지분을 교차 보유하도록 해서 특정 협력사 대표가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하는 ‘지분구성’ 항목도 있는데, 이 항목은 2016년께 포스코케미칼이 변경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협력사 평가에 반영돼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로도 활용됐다. 이 평가에 따라 2∼3회 연속 열위 업체로 선정된 경우 재계약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물량 축소, 임원 임기 및 연봉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협력사 임원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포스코케미칼은 자사 부장급 이상 직원을 후임자로 내세워 사실상 인사 발령을 내기도 했다. 후임자가 전임자의 지분을 인수해 협력사 임원에 부임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19개 협력사의 모든 전·현직 임원은 포스코케미칼 직원 출신으로 구성되어 왔다. 공정위가 입수한 포스코케미칼 내부 자료에는 직원 전직 제도 도입 이유로 ‘내부 인사적체 해소’, ‘고직급 직원 사기증진’ 등이 명시되어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다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거래내용과 무관한 내부 경영사항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섭한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대등한 거래질서 관계가 확립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의 부당 경영간섭 행위를 지속 감시하고 엄격히 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러한 공정위 판단에 대해 “협력사 경영관리 기준은 ‘내부지침’이었을 뿐”이라는 태도다. 포스코케미칼 쪽은 “협력사 경영진의 방만 경영에 의한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의 이익침해와 제철소 내 조업불안 야기 등 과거 협력사에서 발생했던 여러 폐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협력사 경영관리 기준’을 정립해 당사 내부지침으로만 활용했다”며 “공정위의 처분을 존중하며 처분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개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6월에도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사와의 계약기간 중에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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