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배추 판매대. 연합뉴스
정부가 11월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마늘 등 김장 재료 비축 물량 1만톤(t)을 시장에 풀고 가격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계란 등 10개 품목에 대한 한시적 관세 인하 조처도 확대해 겨울철 난방비 부담 등을 덜어주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11월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김장 재료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김장 재료 전 품목의 면밀한 수급·가격 관리를 추진해 김장 물가가 지난해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마늘·양파·소금 등 올해 김장 재료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다음 달부터 정부 비축 물량 1만500톤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품목별로 마늘 5천톤, 양파 3600톤, 고추 1400톤, 소금 500톤을 공급한다. 마늘은 전국 농협과 대형마트, 소금은 전통시장 등에서 최대 30% 할인 판매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김장 주재료인 가을배추의 경우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0.4% 늘어나고, 가을 무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장 재료 가격 할인 행사도 한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에 171억원을 투입해 김장 채소·돼지고기·수산물 가격이 20% 이상 할인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다음 달 3일부터 12월7일까지 마트·전통시장·지역 농산물 직매장·온라인몰 등 전국 820곳에서 김장 채소류를 20%(전통시장 30%) 할인해서 판매한다. 할인 한도는 최대 3만원이다.
이달 말부터 ‘코리아수산페스타’ 행사에서 천일염·새우젓 등 수산물을 할인 판매하고,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카드형 구매 한도는 기존 70만원에서 100만원, 할인율은 5%에서 10%로 올라간다.
추 부총리는 “10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하락 등이 이어지며 애초 경계감을 가졌던 수준보다는 낮은 물가가 전망된다”면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 물가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대내외 위험 요인도 잠재해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겨울 난방비와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 등을 위해 관세법 시행령도 개정해 다음 달 초부터 할당관세 조처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할당 관세는 물가 안정 등을 위해 기본 세율의 40% 범위 안에서 관세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의 0% 관세율 적용 기간을 내년 3월 말까지 석 달 연장해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액화석유가스(LPG)·엘피지 제조용 원유 관세율도 내년 3월 말까지 기존 2%에서 0%로 낮춰 서민 난방비와 수송비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또 계란·계란 가공품·바나나·망고·명태·고등어·가공용 옥수수 등도 한시적으로 관세를 인하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로 인한 관세 감세액은 모두 4820억원이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과 함께 건전 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관계 부처, 각계 전문가와 논의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재정 비전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2070년 장기 재정 전망을 토대로 향후 10년간 추진할 과제 등을 담은 ‘재정 비전 2050’을 만들고 있다. 추 부총리는 “공적 연금 개혁, 건강보험과 장기 요양 보험 지출 효율화 등 당면한 사회보험 재정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재정 운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 변화·경제 안보 등 미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원 체계도 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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