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 처리를 앞두고 가업 상속 공제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매출 기준을 대폭 높이고 공제 규모를 두배로 확대하기로 한 방안을 두고 또 다른 부자 감세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 흐름을 가속하는 주 요인이 자산이란 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이다.
올해 세법 개정안은 상속세 특례 혜택을 받는 중견·중소기업의 매출액 기준(3개년 평균)을 4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높여놓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로 혜택을 받을 대기업급 중견기업이 수백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한겨레>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2020년 결산 기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 4천억~1조원(개별 기준) 수준의 중견기업은 모두 296개사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에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도이치모터스, 대웅제약, 빙그레, 한미약품, 오리온, 광동제약, 오뚜기라면, 티웨이항공 등이 들어 있다. 2021년 이후 매출 증가세를 고려할 때 이들 중 다수는 혜택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 변경에 따른 혜택 범위가 상당히 넓어진다는 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해준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주가 기업을 물려주면 상속 재산액수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하게 돼 있다. 1천억원 가치의 기업을 상속하면 최대 500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500억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매긴다는 뜻이다. 기업 가치가 500억원 이하이면 기업 운영 햇수에 따라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공제 폭을 두 배 수준인 1천억원으로 높이는 내용도 대상 기업 확대와 함께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아놨다.
박영순 의원은 “가업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이 대대로 이어서 하는 사업”이라며 “매출액이 1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가업승계라고 부를 수 있느냐. 또 하나의 ‘부자 감세’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펴낸 정책자료집을 통해 가업승계가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가업승계 제도의 확대는커녕 존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정확히 소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개편안을 ‘가업 없는 가업승계’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가업 상속 공제 대상을 넓히려는 이유로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상속 지원”을 들고 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고령화한 상황에서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돼 수십 년에 걸쳐 쌓은 경영 비법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자산이 묻힐 수 있다’는 중소·중견 업계의 논리와 주장이 근저에 깔려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쪽 분위기도 대개 이런 방향이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가업 상속 공제는 매우 예외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원활한 기업 승계를 지원해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조세 공평성의 예외를 만든 것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그 대상은 일반적인 기업이 아니라 ‘가업’이어야 하고, 가족 승계가 필요한 소규모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가업 상속 공제 제도는 1997년 도입됐다. 현행 기준에선 피상속인(물려주는 사람)이 지분 50%(상장 30%)를 10년 이상 계속 보유하고 일정 기간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상속인(물려받는 사람)은 상속 개시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하고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근무한 뒤 2년 이내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 요건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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