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3분기 GDP 성장률 설명하는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지난 3분기에 2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수입 급증이 성장을 깎아먹었으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방어했다. 빠르고 큰 폭의 통화 긴축과 고물가·고환율 현상 지속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 마이너스 성장은 피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 4분기는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0% 중심으로 소폭 마이너스나 플러스 범위에 있다면, 연간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2.6%)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올해 1분기(0.6%), 2분기(0.7%)에 이어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고, 2020년 3분기(2.3%) 이후 9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3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민간소비가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1.9% 증가했다. 경제활동별로 봐도, 코로나19로 억압된 수요가 분출하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성장을 이끌었다. 서비스업은 전 분기 대비 0.7%, 지난해 3분기 대비로는 4.5% 성장했다. 이는 제조업 생산(전 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2.2%) 부진을 보완했다. 3분기 전체 실질 성장률(0.3%)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서비스업 0.4%포인트, 제조업 -0.2%포인트, 건설업 0.1%포인트로 집계됐다.
총지출항목을 내수와 순수출로 구분해보면,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면서 전 분기 대비 5.0%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0.4%, 정부 소비지출은 0.2% 증가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2.0%포인트였다. 3분기 성장률에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9%포인트, 0.4%포인트로 분석됐다.
수출부문은 반도체 수출 급감에도 운송장비·서비스 수출 호조로 2분기 대비 1.0% 늘어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3.1%)에서 벗어났다. 수출은 전년 대비로는 4.6% 증가했다. 하지만 원유, 기계·장비 중심으로 수입 증가율(2분기 대비 5.8%, 전년 동기 대비 7.7%)이 수출보다 훨씬 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가 -1.8%포인트를 기록했다.
순수출이 성장률을 깎아먹은 반면, 코로나 이후 짓눌려 있던 수요가 강력한 소비로 나타나면서 서비스업부문 소비가 경제 성장을 이끈 셈이다. 한은은 향후 4분기 전망과 관련해 “이달 20일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드는 등 수출은 약해지고 있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민간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으나 금리와 물가 상승 요인이 있는 터라 속도는 완만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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