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에는 기업을 상대로 한 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 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더 힘들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는 금융기관 여신업무 담당자들에게 올해 3분기 동향과 4분기 전망을 물어본 것으로, 지난 8월25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금융기관 총 204곳이 조사에 참여했다.
올해 4분기에 국내 은행들의 기업 대출 심사는 3분기보다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지수를 차주별로 살펴보면, 대기업(-3)과 중소기업(-3)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0보다 작으면 전 분기에 비해 대출태도를 더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완화하겠다고 응답한 기업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대출 건전성 관리 필요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신용위험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은행의 4분기 차주별 신용위험지수는 가계(42), 중소기업(31), 대기업(17) 순이었다. 숫자가 클수록 신용위험이 전 분기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 은행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가계의 경우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에 따라 일부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이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은 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기업의 대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은행들은 전망했다. 대기업(6)과 중소기업(3) 모두 4분기 대출수요지수가 플러스를 기록했다. 4분기 기업 대출 수요가 3분기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한 은행들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계속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경기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은행들은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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