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사고 현장 모습. 타워 크레인이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해 엿가락처럼 휜 채 선박 건조 작업장 쪽으로 넘어져 있다. 거제/연합뉴스
2017년 5월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 관련자의 국제 지침 위반 건에 대한 정부의 조정 작업이 26일 최종 마무리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한국 엔시피(NCP) 위원회를 열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이의신청 사건의 피신청인 삼성중공업에 책임경영 이행을 권고하는 최종 성명서를 채택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주요 권고사항은 추가 피해자 확인 시 구제 조치, 산업안전 사고에 대한 구제조치 방안 수립, 이미 수립한 사고 방지 대책의 성실한 이행, 6개월 뒤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실적 제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노사·인권·환경 분야에 대한 다국적기업의 책임경영을 권장하기 위해 1976년 제정된 지침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지침 위반의 피해자 또는 이해관계자는 국가별 이행기구(NCP)에 이의신청을 하고, 엔시피는 양쪽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조정 등을 통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을 따른다. 엔시피는 한국을 비롯해 총 50개국에 설치돼 있다.
한국 엔시피는 사건 접수 후 당사자 간 의견 교환 및 네 차례에 걸친 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양측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해, 위원회 차원의 권고를 포함한 성명서 채택 방식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삼성중공업 관련 이의신청 사건은 2019년 피해노동자 지원단(4개 단체)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의 신청에 따라 진행됐다. 신청인 쪽은 크레인 사고에 관련된 삼성중공업과 프랑스 테크닙(Technip), 프랑스 토탈(Total), 노르웨이 에퀴노(Equinor)가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관리자들의 작업 지휘나 신호수의 감시가 소홀했고 신호수 배치도 부족했다는 점을 이의신청 사유로 들었다. 삼성중공업 쪽은 소속 반장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은 인정했지만, 신호수를 충분히 배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아니며, 작업자 업무 과실 탓이었다고 맞섰다.
정종영 한국엔시피위원장(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피신청인인 삼성중공업 측이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외 나머지 다국적기업에 대한 사건 처리는 노르웨이엔시피에서 진행 중이라고 산업부는 전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2017년 5월1일 오후 2시50분께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5억달러에 수주한 고정식 원유 생산 플랜트 ‘마틴링게 플랫폼’ 건조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 크레인의 충돌로 타워 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넘어지면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대형 참사였다.
삼성중공업크레인사고피해노동자지원단의 이은주 활동가는 “삼성중공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실이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명확해졌는데도 엔시피 조정 결과에 담기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며 “삼성 쪽이 사고로 여전히 고통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조치를 밝히지 않는 등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 법인과 협력업체 대표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뒤집어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창원지법은 올해 6월 삼성중공업에 벌금 2천만원을, 하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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