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21일 오후 추모객들이 방문해 고인에게 묵념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씨가 21일 0시43분 경기도 용인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향년 62.
고인은 지난해 7월 초 쓰러진 뒤 폐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이후 뇌종양으로 수술과 입·퇴원을 반복했다. 병 중에도 최근까지 논문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곤 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 2년간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기조실장과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실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뚜렷한 진보 성향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을 지지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에 강력 반대했다. 그는 청와대를 떠난 2006년 9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지금처럼 졸속으로 추진하다간 동북아 패권 전략에 남북이 갈라서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며 “나를 처벌하는 마음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 깃발을 들었던 그의 행보는 지난해 11월 <한겨레> 인터뷰 때도 주요 소재로 거론됐다. 당시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처럼 막 우르르 무너지지는 않았다.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은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양극화 심화라든가 서비스 분야에서 공공성의 해체 이런 거는 예상대로 확실히 관찰되고 있어 큰 흐름에서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8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 2019년부터는 정의당 그린뉴딜경제위원회 위원, 2020년 총선공약개발단장으로 활동했으며, 심상정 의원과 가까워 대선 공약 작성을 돕기도 했다.
앞서 2000년 기독교방송(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2001년 문화방송(MBC) 라디오 ‘MBC 초대석’, 2002년 한국방송(KBS) 라디오 ‘경제전망대’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정부 안의 비판자, 결국 그로 인해 노무현 정부와 결별했던 그는 무척 외로웠다. ‘독립연구자’ 명함을 쓰고 다닌 그는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가치대로 살아가는 지식인이었고, 재벌이 지배하는 세상을 끝내고자 했던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정종권 레디앙미디어 편집장은 지난 7월5일 <레디앙>에 쓴 글에서 “(‘민족경제론’의 주창자) 박현채 선생의 마지막 제자임을 자처하고, 심상정 의원의 절친이고, 천재의 면모와 보헤미안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썼다.
유족은 부인 차정인(화가)씨와 2녀이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할 예정이다. 발인은 23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수목장)이다. (02)2258-5940.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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