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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성·고용효과 두 마리 토끼 잡기 위해 노사정, 지역사회 머리 맞대야”

등록 2022-10-14 17:42수정 2022-10-17 11:33

14일 조선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토론회 열려
조선업 호황기 맞아 불황에 대비하는 지혜 필요
“호황 때 불황 대비 못한 경영의 후진성 극복해야”
“원청과 하청, 아웃소싱 등 이중적구조 개선 필요”

조선업의 가부장적 구조로 지역소멸 우려 고조
여성인력 채용 위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노조가 도와야” 제안도
10월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산업·노동·지역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한겨레신문사와 금속노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후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월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산업·노동·지역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한겨레신문사와 금속노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후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조선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해보는 토론회가 14 일 금속노조와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렸다 . 조선업은 다른 산업에 견줘 국내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는 산업적 특성뿐 아니라 노동과 지역사회를 포괄해서 다뤄야 한다 .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산업 전환은 노동계와 시민사회 , 재계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 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 조선업은 제조업 가운데 가장 고용효과가 크고 경쟁력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끌고 가야 할 산업 ” 이라며 “ 시황주기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그에 따른 경영 전략 , 정책을 수립해 각종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 고 말했다 . 그는 “ 조선업은 해운업의 특성과 맞물려 호황 후 장기불황의 특성이 나타나는데 , 현재 글로벌 시황은 2016 년 침체기를 거쳐 2021 년부터 회복되고 있다 ” 고 진단했다 . 2021 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173 만 CGT( 표준선환산톤수 ) 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고 , 선가도 많이 올라 2020 년 말 이후 클락슨 ( 영국의 세계 최대 해운 시황 분석 및 선박 매매회사 ) 신조선가 지수가 29% 나 올랐다 .

조선 3 사인 한국조선해양 ( 현대중공업 ), 삼성중공업 , 대우조선을 비롯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는 크게 늘었다 . 대형컨테이너선과 엘엔지 (LNG) 선 등의 점유율을 높이며 2021 년 1767 만 CGT( 전년 대비 98.7% 증가 ) 를 수주했다 . 2022 년 8 월까지 누적 수주는 1192 만 CGT 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 필요 수주량인 연 1000 만 ~1300 만 CGT 는 달성한 상태다 .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량도 2021 년에 전년 대비 19% 증가한 1051 만 CGT 를 기록했다 . 2022 년에는 8 월 기준 820 만 CGT 으로 부진하지만 , 2023 년부터 다시 1000 만 CGT 이상으로 정상화될 전망이다 .

양 선임연구원은 “ 단기적으로 경기후퇴 ,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부진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 조선업계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 ” 이라며 “3 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여유가 있다 ” 고 진단했다 . 그는 “ 국내 조선업의 위기는 호황 때 돈을 많이 벌기만 하고 이후에 다가올 불황에 대비하지 못한 경영의 후진성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 며 “ 공공기관 성격이 강한 대우조선이 심했는데 ,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 ” 이라고 내다봤다 . 그는 또 “ 조선업 경험이 없는 한화가 초기의 혼란에서 빨리 벗어나 경영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조가 너무 강경하게 나가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 고 조언했다 . 그는 또 “ 국내 조선 3 사의 지나친 저가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그 부담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 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 조선업의 위기는 노동시장의 이중적 구조와 지역소멸 문제를 함께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 고 밝혔다 . 조선업의 노동시장은 크게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고 , 하청에서 다시 1~2 차 하청 상용직 , 물량팀 , 아웃소싱 노동자 등으로 분리된다 . 또 생산직의 99%, 사무기술직의 90% 가 남성일 정도로 여성에게 배타적이다 . 이에 따라 ‘ 남성 생계 - 여성 가사 ’ 형태의 “ 산업 가부장제 구조를 띠고 있는데 , 이 구조에서 남성 가장의 벌이와 고용에 문제가 생기면 그 도시는 시골처럼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 는 것이다 . 따라서 여성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 조선업은 여성에게 양질의 ‘ 커리어잡 ’ 을 제공할 수 있다 .

양 교수는 “ 조선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현장에서 이뤄지는 숙련이 중요한 산업 ” 이라며 “ 엔지니어들은 생산직 노동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과 분리할 수 없다 ” 고 했다 .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하면 조선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 하지만 “ 예전에 잘살았던 시절의 노스텔지어를 가지고 조선업의 미래를 그리면 안 된다 ” 는 게 양 교수의 생각이다 .

조선업의 전환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북유럽식과 일본식은 모두 생산 ( 완성품 ) 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 양 교수는 기본설계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생산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 선박 대량 생산체계를 포기하더라도 조선소 (Shipyard) 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최소한의 숙련 생산직 노동자들을 확보해야 한다 . 일본처럼 이중노동자들을 많이 활용하게 되면 품질의 문제를 담보할 수 없다 .

토론자로 나선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 조선산업의 다단계 , 하청 , 노사갈등 , 디지털 , 탄소중립과 더불어 지역 편차와 글로벌 경쟁력까지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해결책을 정리해야 한다 ” 고 제안했다 .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조선업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지역의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 고 말했다 .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하는 한화의 노사관계를 볼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 한화가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손배소송을 모두 취하하는 전향적인 조처를 취한다면 노동자들이 기뻐할 것 ” 이라고 제안했다 . 김용운 전 거제시 의원은 “ 조선업 불황 때 거제에는 이를 대신할 산업이 없다 . 지역에서 이를 해소할 만한 능력이 대단히 취약하기 때문에 지역노사위원회 같은 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 ” 고 말했다 . 김경식 고철연구소장은 “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조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도와주는 건 어떤가 . 노조가 너무 태클을 세게 걸지 말고 큰틀에서 합의하고 그 다음에 노조로서 할 일을 하면 된다 ” 고 제안했다 .

토론회에 앞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은 하청노동자를 비롯해 잘 들리지 않았던 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기업과 노동, 지역사회가 위기 극복 방향에 대한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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