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의 세계은행 본부에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가 돈을 뿌리는 건 제일 마지막에 쓸 카드”라며 “돈 뿌리면 경기엔 효과가 있지만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크지만, 재정 지출을 통한 단기 경기 관리보다는 경기 악화를 감내하겠다는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추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당초 전망한 2.5%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빚내서 돈을 푸는 건 일회성이고 승수 효과(정부 지출의 생산·소득 증대 효과)도 낮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2시간가량의 간담회에서 정부 부채 등 ‘빚’(부채 포함)만 39번 언급했다. 재정 적자에 질색을 하며 정부 지출의 경기 대응 역할에 뚜렷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돈 안 들이고 경기 활성화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가 거론한 방법은 노동시장 등의 규제 완화다. 기업 규제를 풀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축은 법인세·소득세 감세다. 추 부총리는 “빚내서 예산을 통해 돈을 뿌리는 것만 경기 확대가 아니다”라며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세 지출도 경기 진작책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감세 정책도 정부 세수를 줄이는 만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 지출과 사실상 같다. 돈을 쓰는 방식만 다를 뿐, 비용이 ‘0’인 정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추 부총리는 “내년 성장률이 어느 정도까지 낮아지는 걸 정부가 용인할 것이냐 하는 건 선택의 문제”라며 “아직 최소한 나는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등) 그렇게 하기보다 돈 안 쓰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조금만 경기가 안 좋으면 정부가 돈을 쓰라고 하는데 그럼 빚을 더 내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빚이 많아지면 투자자들도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국 시각으로 이날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을 두고는 “한은과 시각차가 전혀 없다”며 “지금은 물가 안정이 정책의 최우선이고, 환율이 많이 튀는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환율 불안도 계속 간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경기의 경우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이고 소비가 아직 괜찮다”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방미 기간 한·미 통화 스와프 등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깜짝 발표’는 없으리라는 것이다.
워싱턴/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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