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 있는 원유 채굴 시추기.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 수출 기업의 4분기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외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과 환율 변동성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일 발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4였다. 지수는 지난 2분기에 96.1로 2020년 2분기(79.0) 이후 2년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고, 3분기 94.4에 이어 하락 폭을 키웠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의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수출 실적 50만달러(약 7억원) 이상인 협회 회원사 2천곳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1027곳이 설문에 응했다. 지수가 세 분기 연속 100을 밑돌면서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는 더 악화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금리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가 지수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선박(149.9)과 반도체(112.0)의 4분기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 외 모든 품목의 수출 여건은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원자재와 유가, 주요 항로별 해상 운임이 3분기 대비 하락세를 보이며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상승에 대한 애로가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수출 기업의 가장 큰 애로로 꼽힌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미국이 고강도 양적 긴축에 나섰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과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애로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이라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원자재 수입 비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물류난 역시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수출 경기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는 6월(5.3%)부터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9월에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 증가에 그친 575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줄곧 두 자릿수 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9월에는 18.6% 늘어난 61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7억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부터 여섯달 연속 적자 기록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8천만달러에 이르러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1996년의 206억2400만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4분기 수출 전망이 어둡게 나타난 것에 비춰 무역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