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에스케이(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6월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주회사 에스케이(SK)디스커버리(이하 디스커버리)가 자회사 에스케이케미칼(이하 케미칼) 지분 5%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주당 장외 매수 가격은 10만8800원(총 1천억원)이다. 성공하면 지분율은 37%에서 42%로 올라간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디스커버리는 공개매수 뒤 케미칼을 연결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케미칼 경영성과가 디스커버리에 보다 명확하게 반영되게 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명확하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케미칼 실적이 디스커버리에 이미 일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는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여 케미칼을 ‘관계기업’(지분법 회계 적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케미칼의 2021년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이라 해보자. 디스커버리는 지분율(37%)에 해당하는 37억원을 자기의 연결손익계산서에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분율 20~50% 자회사는 관계기업에 해당한다.
연결자회사 편입은 ‘유의적 영향력’을 넘어 ‘지배력’을 갖는 경우다. 케미칼은 디스커버리의 ‘종속기업’으로 신분이 바뀐다. 아울러 두 회사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은 한 회사처럼 합쳐진다. 디스커버리의 연결재무제표상 자산, 부채, 매출, 영업이익 등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에 실적과 재무 구조가 이전보다 나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지배-종속 관계는 지분율 기준으로 50%를 초과하면 성립된다. 지분율 50% 이하이더라도 지배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주주의 분산이다. 예컨대 ㄱ사가 ㄴ사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주들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면 ㄱ은 ㄴ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지분 분산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지배력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과거 일반주주들의 주총 참석률과 안건별 표결 상황 등으로 봤을 때 실질의결권이 50%가 넘는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케미칼 지분을 37% 가질 때는 유의적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단 5%의 지분율 증가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근거가 궁금하다. 회계에서 말하는 ‘지배력’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요지경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을 관계기업(지분율 42%)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2019년 들어 새 외부감사인으로 선임된 한영회계법인은 한미약품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과거 한미약품 주총에서 나타난 한미사이언스의 실질의결권 비율이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한미사이언스의 명목상 지분율은 40% 안팎을 유지했다. 이 기간 한미약품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은 63~75%였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총 실질의결권은 56~66%로,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과거 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 그리고 한미사이언스 쪽은 “주총 의결권 비율은 지배력 판단 시 고려해야 할 추가적 상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자주총 도입 및 일반주주들의 능동성, 주총 참석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실질지배력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단은 2020년 초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으로 넘어갔다. 최종 결론은 “회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관계기업이나 종속기업 어느 쪽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 회계기준원의 판단은 ‘종속기업이 맞다’였지만, 시장 혼란을 우려한 금융위원회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의 모회사 티웨이홀딩스 사례를 한번 보자.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4월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사모펀드에 사전동의권을 부여하였다. 티웨이항공이 경영의사결정을 할 때 사모펀드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하는 조항 20개를 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회사의 영업이나 재무와 관련한 웬만한 의사결정은 사모펀드 쪽 사전동의 없이 진행할 수 없었다.
이러한 약정을 맺고서도 티웨이홀딩스가 티웨이항공을 단독으로 지배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약정으로 티웨이홀딩스는 단독 지배력을 상실했다. 그런데도 1년 넘게 티웨이홀딩스는 티웨이항공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회계처리했다. 올해 5월 추가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떨어지자,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다.
지배력 변동으로 때로는 기업에 상당한 회계적 이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지배력 변동이 타당한 것인지에 논란이 이는 것은 주로 이 때문이다. 디스커버리가 혹여 회계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케미칼을 종속회사로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길래 필자가 어림잡아 따져봤다. 이 사안의 경우 약 1천억원 안팎의 회계적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된다. 케미칼 주가가 그동안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뒤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관계기업 주식 37%는 종속기업 주식 42%로 변경된다. 그렇다면 디스커버리는 관계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종속기업 주식을 새로 취득하는 것처럼 회계처리해야 한다. 디스커버리가 재무제표에 기록해놓은 케미칼 장부가액은 지분법회계를 적용하여 평가한 수치다. 반면 처분 가격의 기준은 케미칼이 상장사이므로 주가가 될 것이다. 장부가액보다 처분 가격(주가)이 낮기 때문에 처분손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장부가액이 100인 케미칼 지분을 공정가치(주가) 70에 처분하는 것으로 본다면 30의 처분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종속기업 지분 42%를 새로 취득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디스커버리에는 염가매수차익이 생긴다. 취득 가격보다 케미칼 순자산 42%의 가치가 더 싸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스커버리가 취득하는 케미칼 지분 공정가치는 100인데, 케미칼 순자산 가치가 150이라고 해보자. 150짜리를 100에 취득하였으니 그 차액 50만큼 디스커버리에는 염가매수차익(당기의 이익에 반영)이 발생한다. 이러한 염가매수차익 역시 케미칼 주가가 낮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관계기업처분손실과 염가매수차익을 합산하면 마이너스 1천억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추정이다.
케미칼은 물적 분할 자회사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를 지난해 상장시킨 이후 이른바 ‘이중 상장’에 따른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지목되어왔다. 투자자들은 이번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매수 배경에도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매수 결과로 연결자회사 편입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하여 회사는 시장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지 않았을까?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공시가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제이슈분석 미디어 ‘코리아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