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스난으로 인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주력 산업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는 핵심장비나 부품의 유럽 의존도가 높아 국내 공장이 일부 멈춰설 가능성이 높다.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15일 발간한 이슈노트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유럽연합(EU) 생산차질 및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조사국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유럽연합(EU) 내에서 광범위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개별 산업 차원의 리스크를 살펴봤다.
김남주 한은 동향분석팀 차장은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개별 품목의 수입 차질도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시적 리스크(micro-risk)를 미리 점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업계는 국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장비나 부품 중 상당 부분을 유럽에서 수입해오는데다 이를 대체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네덜란드 기업 에이에스엠엘(ASML)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대표적이다. 한은이 관세청의 세부 품목 분류별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반도체 제조장비(레이저 작동식 기기+기타 레이저 작동식 기기) 총수입액 중 네덜란드 비중은 98.6%에 이르렀다.
조선업에서는 독일·오스트리아 등에서 수입되는 선박엔진·부분품과 자동위치유지장치(DPS)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박 추진용 엔진(출력 2000㎾ 초과) 총수입액 중 독일 비중은 58.7%다.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2위 기업도 모두 유럽에 있다.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엔엑스피(NXP)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수급 불균형이 심화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300만대를 넘어섰다가 올해 2분기 10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은 이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입 품목의 경우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철강 등의 산업에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에너지 수급 안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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